“건강을 챙길 건가, 고통서 해방될 것인가”

헬스경향 이보람 기자

임산부의 가장 큰 고민…자연분만 VS 제왕절개

# 몇 주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정 모(37)씨는 출산예정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걱정이다. 자연 분만을 통해 첫째를 낳을 때의 고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은 회복도 빠르고 입원기간도 짧기는 하지만 출산 시 겪은 엄청난 진통을 또 다시 경험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첫째도 낳았는데 겁을 내냐고 하지만 이미 마음은 제왕절개에 쏠려있다.

출산법이 다양해졌지만 대다수의 산모가 선택하는 출산법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다. 이중에서도 산모들이 선호하는 출산법은 ‘자연분만’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자연분만이 왜 좋고 제왕절개는 왜 꺼려지는지 잘 알지 못한 채 막연하게 ‘자연분만이 좋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여성전문센터 박성호 교수에게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알아봤다.

태아·산모 건강 챙길 수 있는 ‘자연분만’

박 교수는 자연분만의 가장 좋은 점으로 태아의 건강을 강조했다. 자연분만을 하면 아이가 좁은 산도를 통과하면서 양수와 분비물을 토할 뿐 아니라 변화하는 기압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겨 출산과 동시에 폐로 활발하게 호흡할 수 있다. 산도를 통과하며 생긴 면역력 덕분에 비염과 아토피에 걸릴 확률도 낮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제왕절개로 출생한 아기보다 생후 24시간 동안 더 잘 웃고 잠을 잘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한림대의료원 제공.

이와 함께 산모의 건강 회복에도 자연분만이 좋다. 실제 건강보험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산모가 6.8일을 입원한데 반해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산모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3.3일에 그쳤다. 입원기간이 짧다 보니 입원비도 저렴하다. 무통주사와 영유아 검진, 1인실 사용, 식사비를 포함해도 60~70만원이면 충분하다.

산모의 감염 가능성도 낮은 것도 자연분만의 장점이다. 자연분만은 복강이나 자궁의 외부노출이 없기 때문에 과다출혈과 장협착, 마취에 따른 합병증, 배변기능 약화, 요로감염의 위험성이 적다. 사망률 역시 0.04%인 제왕절개보다 낮은 0.01%에 불과하다. 또 출산 후 자궁수축이 빠르고 체력도 단기간 내에 회복된다. 또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산모는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진통 해방’ 제왕절개…병원 선택은 신중하게

제왕절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보장해주는 만큼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출산법이다. 산모에게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있거나 태아의 위치가 역아 또는 진둔위이며 몸무게가 과도하게 많이 나갈 때는 제왕절개가 필요하다. 세쌍둥이 이상일 때도 산모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를 고려한다.

진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진통 중 위급한 상황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산모도 있지만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선택하면 출산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여성이 아기를 출산할 때 느끼는 통증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할 만큼 극심한데 제왕절개는 이러한 점에서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이유를 들며 출산 전부터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제왕절개는 16만7773건이 이루어졌으며 이중 양막 조기파열, 전치태반과 같이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는 2만8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산모들의 선택에 의해 제왕절개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초산 제왕절개율 역시 2008년 35.7%에서 2009년 35.8%, 2010년 36.1%, 2011년 36.5%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제왕절개로 인한 분만 중에서도 초산의 제왕절개율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고위험임신의 증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산모의 골반에 이상이 있거나 조기 진통, 태반의 조기분리, 태아의 위치 이상으로 인한 난산, 출산 중 태아 심박동 이상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제왕절개를 실시한다”며 “이 같은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도 출산에 대한 공포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데는 산모의 심리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술의 발달로 절개를 최소화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제왕절개 시 커다란 절개 자국이 남았지만 최근엔 미용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비키니라인 안쪽으로 절개할 뿐 아니라 후유증도 줄고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고위험임신은 일반 임신에 비해 기형아 출산율과 임신중독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출산 시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를 우선으로 한다.

박 교수는 “노산이거나 고위험 임신이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고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춘 출산병원을 선택한다면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매년마다 제왕절개분만 적정성을 따져 전국 산부인과의 제왕절개 분만평가를 발표하므로 꼼꼼하게 살피고 출산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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