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옛 섬 ‘저자도’를 아십니까

김여란 기자

조선 시대 명승 유적지… 모래 채취로 사라져

복원 기대 안내판 설치

사라진 한강의 아름다운 섬 ‘저자도’,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진 섬이 옛 역사 이야기와 함께 되살아났다. 서울 성동구는 “조선시대 명승 유적지였지만 산업화로 사라진 저자도의 역사 홍보를 위해 섬의 위치에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저자도 위치는 성동구 옥수동 남쪽 한강 본류 부근. 표지판 설치는 고재득 성동구청장의 공약이지만 섬의 이름과 역사를 되살리기까지는 성동구 주민들의 공이 컸다.
 
옥수동 토박이인 탁은남씨(66)에게 저자도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추억의 공간이었다. 당시는 저자도라는 이름조차 몰랐고, 그저 ‘한강 백사장’이라고만 불렀다. 118만㎡에 이르는 큰 모래섬이던 저자도는 1972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현대건설이 압구정 지구를 매립하는 데 저자도 모래를 퍼다 썼기 때문이다. 탁씨는 초로에 접어들어 강변을 산책할 때마다 섬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했다.

준설 중단 후 성동구 옥수동, 금호동 부근 한강변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저자도. | 저자도복원추진위원회 제공

준설 중단 후 성동구 옥수동, 금호동 부근 한강변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저자도. | 저자도복원추진위원회 제공

2005년 어느 날 탁씨는 저자도가 있던 자리에 수면 위로 작은 섬이 떠오른 것을 목격했다. 퇴적물이 자연스럽게 쌓인 자리에는 당시 새들이 터전을 잡고 있었지만, 그 다음해에 다시 준설공사로 흔적이 없어졌다. 탁씨는 “그때 저자도는 더 이상 훼손만 하지 않으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저자도에 추억이 어린 동네 친구와 이웃들을 수소문해 12명을 모았고 2010년에는 저자도복원추진위원회(복원위)가 만들어졌다.
 
복원위와 애향회 주민들은 이후 옛 문헌을 뒤져 저자도의 역사를 찾기 시작했다. 15세기 문신 강희맹은 저자도를 두고 “봄꽃이 만발해 온 언덕과 산을 뒤덮었네”라며 섬의 비경을 표현했고,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 선생은 화폭에 담아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저자도 이야기를 세상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복원위는 저자도 부근의 모래를 지속적으로 퍼내오던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중단을 요청했다. 그 결과 저자도 자리에는 섬의 흔적이 조금씩 생겨났다. 복원위와 성동구 애향회 주민들은 2011년 한 방송사와 함께 저자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모금운동에 나섰고, 사비를 들여 시민 대상으로 강의도 열었다.
 
현재 서울시가 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저자도 복원이 가능한지는 아직 미지수다. 탁씨는 “저자도가 이전만큼 큰 섬으로 복원되기는 어렵겠지만 작더라도 시민과 철새 등이 공존하며 옛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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