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軍의료체계]‘故 노충국 사건’ 전말

노충국씨는 군에서 제대한 지 보름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3개월여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28세의 나이로 숨졌다.

군인이 위암 말기 판정을 받기까지 군 병원에서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의문이 지난달 24일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의해 제기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입대 전 노씨는 용인대 태권도 학과를 다녔다. 키 180㎝, 몸무게 80㎏의 건장한 체격으로, 본인은 물론 주변의 누구도 위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역이 가까워지면서 노씨는 밥을 넘기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고, 복통도 느꼈다. 지난 3월 노씨는 병원을 찾아갔지만 군의관은 공복 상태가 아니어서 내시경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노씨를 돌려보냈다.

그러다 한 달 뒤 노씨는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를 진단한 국군광주통합병원에서는 단순 위궤양으로 보고 1개월 약 복용 처방을 내렸다.

이 때부터 군과 노씨 사이의 말이 엇갈린다. 군당국은 “당시 위암 의증을 통보했고, 큰 민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노씨가 휴가가 예정돼 있으니 그때 가서 진단을 받겠다고 했다는 것. 그러나 노씨 가족들은 “충국이로부터 군이 입원을 권유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노씨는 지난 6월24일 육군 탄약사령부에서 만기 제대했다. 몸무게는 50㎏를 조금 넘었다. 제대 후 곧바로 민간 병원을 찾은 노씨는 담당 의사로부터 위암 판정을 받았다. 그것도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라는 진단이었다.

아버지 노춘석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아들이 군 복무 중 병에 걸렸고, 그곳에서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으니 군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아들이 복무한 탄약사령부를 비롯해 국방부·병무청에 도움을 요청하고, 서울 남부보훈지청에 공상군경 등록 신청도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들은 말은 “안타깝지만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답변을 통해 “(노충국씨 사건에 대해) 당시 군의관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동안 노씨는 자신의 진료기록부가 조작됐다는 것도 모른 채 지난달 27일 경남의 한 시골 병원에서 힘겨운 암 투병 생활을 마감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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