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이제 ‘시민방송’ 차례인가

최영묵 | 성공회대 교수
[미디어 세상]이제 ‘시민방송’ 차례인가

‘그들’은 공영방송 KBS와 MBC, YTN에 이어 시민방송 RTV를 정조준했다. 이번에 저격수로 나선 것은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과 동아일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시민방송은 지난 5년간 방송위원회로부터 ‘부당’하게 83억원이나 지원받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프로그램을 ‘편파’적으로 집중 방송했다는 것이다.

시민방송 RTV가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03년 9월이다. 새로 생긴 위성방송 영역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퍼블릭 액세스 공간’으로 시작되었다. 애초에 시민방송은 방송위원회에서 지원한 방송발전기금 11억원과 위성방송사업자(스카이라이프) 의무지원금 14억원을 재원으로 출발했다. 시민방송은 지난 5년간 상업광고 없이 공적기금과 일반 시민의 기부금으로 힘겹게 버텨왔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방송위와 위성방송사업자가 RTV를 지원한 것은 방송법에 따른 것이다. 통합방송법(2000)에서는 위성방송사업자가 시청자 제작프로그램을 ‘공공채널’을 통해 내보내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방송사업자가 스스로 공공채널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 프로그램을 내보낼 공간이 없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위성방송사업자는 사업계획서에 시민채널 지원계획을 포함했고, 방송위가 이를 승인했다. 이후 지금까지 방송위와 위성사업자가 시민방송을 지원하고 있다.

이후 RTV는 국내 최초의 전국 규모 시민 직접참여 방송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와 시설물을 과감하게 개방했다. 동시에 시민의 자발적 제작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여러 방법으로 지원했다. 그럼에도 시민 인지도가 낮아 아쉬웠는데 ‘그들’ 덕분에 많이 오르게 생겼다.

동아일보 등은 RTV가 지난 5년간 많은 돈을 지원받은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법(제70조 7항)에 따르면 방송위원회는 RTV가 정상 작동하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RTV가 방송위원회 지원금을 자의적으로 집행한 것도 아니다. 상당 부분은 각급 사회단체나 시민들의 참여 프로그램 제작 지원 비용으로 지출되었다. 방송위원회에서 RTV를 지원한 것이 불법이라면 모든 정부기구의 관련 단체 지원은 다 불법이다. 가령 국가보훈처는 지난 10년간 재향군인회에 무려 947억원 이상 지원했다.

RTV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공격했다. 특히 한·미 FTA 반대 방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시민방송은 기존의 미디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외된 시민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방송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RTV가 노무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한·미 FTA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방송한 것은 전혀 욕먹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왜 RTV가 필요한가를 잘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RTV의 태도는 기존의 ‘뉴라이트’ 관련 단체나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자칭 시민단체들이 가슴 깊이 새겨둘 대목이다. ‘신 관변’ 단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 등 MB 정부의 각 부처나 단체에서 기금을 지원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먹을 때 먹더라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 시대 시민단체의 도리고 공공 기금을 받는 단체의 기본 자세다.

RTV와 지역의 공동체라디오 등은 지난 10년간 국내 미디어 운동의 성과로 자리를 잡게 된 한국의 대표 시민 미디어다. 케이블TV 이후 새로운 미디어들이 주로 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힘없는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숨 쉴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방송에 노인, 노동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촛불소녀와 조총련 등 소수자의 이야기가 ‘과도’하게 많은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야 한다. 물론 조·중·동은 이런 목소리를 듣기 싫을 것이다. 듣지 않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판은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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