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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의심 신고해도 별 조치 없어…MB·박근혜 때 다음·네이버 방조 의혹”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진보 성향 댓글러들 “박근혜 비판 글 ‘베댓’ 되면 작업 아이디들이 폭탄 클릭으로 바꿔”

‘댓글부대’ 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 제주 본사(위 사진)와 네이버 성남시 분당 본사.

‘댓글부대’ 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 제주 본사(위 사진)와 네이버 성남시 분당 본사.

댓글부대로 의심되는 세력에 의해 ‘사이버공격’을 경험한 네이버나 다음 이용자들은 포털의 여론이 조작되는 1차적인 책임은 포털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포털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댓글조작 세력을 차단할 수 있음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의도적으로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누리꾼들은 포털사 내부에 댓글부대 활동을 방조하는 공모자가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포털 다음에서 활동 중인 3명의 댓글러 ‘맹박 189조 세금폭탄’ ‘개들의 전성시대’ ‘catlover8’는 26일 경향신문에 2015년부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베스트 댓글’(베댓)을 차지하는 ‘작업 아이디’들을 제시했다. 진보성향 댓글러들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글로 베댓을 차지하면 ‘반대’ 클릭 폭탄이 퍼부어지고 눈에 익은 작업 아이디들이 순식간에 폭탄 ‘추천’을 받아 베댓을 탈환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나마 진보성향 누리꾼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찾는다는 다음이 이 정도니 네이버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영국에 사는 교포인 ‘catlover8’는 “네이버가 싫어 다음에 올라오는 뉴스에만 댓글을 달았는데 늘 베댓에 올라가던 내 글이 어느 날부터 등록과 동시에 반대가 쏟아졌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허위사실로 가득한 글들이 베댓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서 작업 아이디들도 전략을 수정했다. ‘맹박 189조 세금폭탄’은 “누가 봐도 ‘일베’스러운 글들은 외면받기 때문에 최근에는 외형적으로는 진보성향을 띠지만 맥락에 닿지 않는 도배 댓글로 공들인 댓글을 베댓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보성향 댓글러들이 댓글조작 세력으로 지목해 다음에 신고한 아이디는 ‘겨울왕국’ ‘고뇌하는 삶’ ‘경대승’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포털사가 이들의 댓글을 삭제하거나 경고를 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대로 진보성향 댓글러들이 남긴 댓글은 수시로 다음에 의해 삭제조치가 이뤄졌다. 이들은 다음의 댓글 삭제기준이 일관성도 없고 형평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비리 세력들을 겨냥해 ‘너희는 사형 마땅’이라고 올린 댓글은 ‘신체훼손 문구 사용’이라는 이유로 삭제를 당한 반면 ‘좌빨 사형’ ‘빨갱이 처단’ 등의 댓글은 쉽게 삭제되지 않았다.

‘맹박 189조 세금폭탄’은 하루에 무려 100여개의 글들이 삭제된 경험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는 “이승만을 ‘개승만’으로 표현한 댓글이 비속어 사용을 이유로 삭제돼 ‘핵대중’(김대중), ‘뇌물현’(노무현), ‘문죄인’(문재인) 등 표현을 사용한 댓글을 신고해봤지만 해당 댓글은 멀쩡히 남아 있었다”고 했다.

포털사 내부에 댓글부대의 활동을 방조하거나 조력하는 자가 있을 것으로 의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 측은 이에 대해 “내부 기준에 의해 댓글을 관리하거나 권리침해 신고에 따라 댓글 삭제조치를 할 뿐 우리가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권과 유착돼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해”라고 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3년 여성가족부 댓글부대 용역사 직원들은 한 명이 수십개 아이디를 갖고 정부가 불편해하는 댓글에 대해 권리침해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도했든 아니든 포털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글들을 삭제하기 위한 댓글부대의 작전에 놀아난 것이다. 또 여가부가 2013년 8월 작성한 문건에는 실시간 이슈 대응을 위해 민간 포털사를 끌어들일 계획도 담겨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구축한 정책여론수렴시스템은 실시간 대응방법 중 하나로 ‘포털을 활용한 홍보’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음의 자문위원을 지냈던 한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뉴미디어 담당 직원들이 포털사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포털이 친정부 성향을 보인 것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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