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 2년…빚 투자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유명종 PD · 김상범 기자
가상화폐 광풍 2년…빚 투자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울증에 빠지면서 가만히 있는데 눈물이 나오고 ‘아! 살기 싫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땐 너무 힘들었었어요.”

2017년 말~2018년 초 ‘가상화폐 광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2010년 1달러를 넘지 못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2880만원을 찍었고, 시장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할 때까지 성장했다. 온라인상에는 하루 수천만원, 수억원 수익을 낸 인증 사진과 글들이 올라왔고 국내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가세했다. 초등학생까지 가상화폐 구매를 시도할 만큼 그 열풍은 대단했다.

김범민씨(26)는 2017년 9월,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상화폐가 어떤 것인지 잘 몰라 겁이 났다. 일단 100만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매일 5만원, 10만원씩 수익이 났다. 수익이 나고 조금 알만해 지자 투자금을 늘려나갔다. “500만원, 1000만원 나중에는 제 통장에 모든 돈을 투자했어요. 제 돈만 4500만원 정도 넣었어요. 대출은 그 이후에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받았죠.”

가상화폐 시장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기회가 적었던 젊은 세대와 초보 투자자들이 여기에 열광했다. 포털 사이트에 ‘신용카드를 사용해 비트코인 구매하기’라는 문구가 인기 검색어를 차지할 정도로, 대출을 받아 구매에 나서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났다. 그러다 2018년 초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입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등 국내외에서 가상화폐 규제정책이 잇따라 발표되자 개당 2500만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은 1000만원대로 급락했다. 당시를 범민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제 계정에 찍히는 수익률은 2억원까지 찍었고요. 2억원에서 1000만원 대로까지 떨어졌어요. 그렇게 떨어지는데 하루도 안 걸렸어요. 하루 만에 올랐다가, 하루 만에 그렇게 떨어졌어요. ‘억’이면 숫자가 9개거든요? 그런데 화면에 숫자로만 떠 있으니까 제 돈 같지 않은 거예요. ‘어차피 한번 2억원 찍었는데 한 번은 다시 찍지 않을까? 한 번 더 찍으면 그때 빼야겠다’고 생각했죠.”

가격 급락을 보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기회라고 느꼈다. 범민씨는 위험을 감지했지만,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주변 사람들과 사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코인의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코인의 가격이 높을 때는 적은 수의 코인을 매입하고 코인 가격이 낮을 때는 많은 수의 코인을 구매하는 물타기를 시작한다. 사금융권에서 이리저리 대출을 받았고 본인이 갖고 있던 현금에 대출금을 합쳐 손해는 1억원에 이르렀다. “그 후 신규 계좌개설이 막히고 시장에 돈이 유입되지 않자 코인 가격이 오르지 않았어요. 거기에 정부의 규제가 계속 이뤄지면서 코인판이 슬슬 무너져 간 거 같아요.” 범민씨가 기억하는 광풍의 말로다.

‘0’이 찍힌 계정을 들고 범민씨는 6월 한 달간 멍하게 잠만 잤다. 한 달이 지나고 대출금과 빌린 돈을 상환할 시기가 오자 그때부터 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울증에 빠지면서 가만히 있는데 눈물이 나오고 “아! 살기 싫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한 달이었다. 다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모든 빚은 가족에게 넘어간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 작년까지 잠을 3시간씩 자며 일을 했고 빚을 갚아 나갔다. 낮에는 본업인 지게차 일을 했고 퇴근 후에는 새벽에는 대리운전을 했다. 현재 남은 빚은 1000만원 정도다. “빚을 갚아가면서 제 자신이 너무 뿌듯했어요. 왜냐면 일단 무너지지 않았잖아요. 제가 무너지지 않았단 거를 주변에 보여줄 수 있었고 저희 부모님이 ‘너 스스로 제기할 수 있을 거다. 해봐라’ 그런 말을 계속해 주셨는데 그래서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다 털어버리고….”

광풍이 휩쓸고 간 2년, 지금 범민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뜻밖에도 그는 ‘행복’을 말했다.

“내가 사고 싶은 거 사고 쓰고 싶은 것은 쓸 수 있을 때 행복하고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돈이 없어도 내 주변에 같이 밥 먹어줄 사람이 한 명 있고 내 얘기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은 그것 만큼 행복한 게 없다고 생각을 해요. 돈은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거 내가 사고 싶은 거를 해줄 수 있는 매개체일 뿐이고 행복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돈은 제가 버는 것이라 생각하고 행복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서 범민씨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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