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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법인 차린 뒤 폐업…수상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설계자

손구민 기자

1100억 환매중단 주도한 전 하나은행 직원

검, 돈세탁 의심 수사…아직 소재 파악 못해

11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이탈리아 펀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펀드 판매를 주도한 하나은행 전직 직원 신모씨가 이탈리아 펀드 판매 종료 직후 싱가포르로 건너가 개인 투자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신씨가 돈세탁 등을 위해 해외에 개인회사를 차린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앞에서 지난 9월9일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사기 의혹 사건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금융정의연대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 연대 측은 지난해 7월 검찰에 처음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다며 경찰에 추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연합뉴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앞에서 지난 9월9일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사기 의혹 사건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금융정의연대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 연대 측은 지난해 7월 검찰에 처음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다며 경찰에 추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연합뉴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김락현)는 신씨가 2019년 10월 싱가포르 현지에서 ‘어드밴스 알파 PTE’라는 투자자문 법인을 세웠다가 올해 4월 폐업한 사실을 확인했다. 신씨가 100% 지분을 가진 이 회사에는 한국 국적 직원 3명이 재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2017년 5월 하나은행 투자상품부에 경력직으로 스카웃된 뒤 이탈리아 펀드 설계·판매를 주도했다. 해당 펀드 판매 완료 일주일 뒤인 2019년 9월 퇴사해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그 직후 싱가포르에 개인 법인을 세운 것이다. 신씨는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상태다.

이탈리아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이탈리아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수익이 보장된다’면서 연 5% 수익률에 13개월 만기라고 홍보했다. 하나은행은 이렇게 150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실상은 만기가 5~6년이고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에 투자한 펀드였다. 결국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투자금 1100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신씨 등 하나은행 측을 검찰에 고소한 이탈리아 펀드 피해자 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신씨가 자산운용사인 한남어드바이저스와 이탈리아 펀드 판매수수료 47억원을 나눠 가졌다고 의심한다. 한남어드바이저스는 이탈리아 펀드 상품설명서에 등장하지 않는 회사로, 하나은행이 환매중단 건을 내부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

신씨는 2019년 5월쯤 프라이빗뱅커(PF)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애초 24개월 이상이던 이탈리아 펀드 만기가 13개월로 줄어 조기상환이 가능하니 적극적으로 팔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탈리아 펀드 판매액은 2017~2018년 300억원 정도였으나 신씨의 요청 후 1500억원대로 급증했다.

검찰은 지난 5일 하나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신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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