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탓이라면 차라리 단순하겠지만 문제는 훨씬 복잡해요.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입춘이 지나자 기운이 확 오른 게 느껴져요. 따뜻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난방비 때문에 충격과 걱정에 시달린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날씨가 좋아지면 우리는 한동안 이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반짝 잊는대도 이 문제는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답니다. 언젠가 갚아야 할 거대한 빚을 우리 모두 함께 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에너지가 끊기면 생활도 산업도 마비되니, 이 문제는 멀리 내다보고 잘 계획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안타깝게도 정치권에선 이런 노력 없이 탓할 대상을 찾는 말싸움이 이어지고 있어요. 대통령실과 야당, 여당이 서로 싸우며 논점을 흐리더라도,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점선면은 난방비 문제를 최근 심층 취재한 주간경향 박송이 기자와 함께 준비했어요. 앞으로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올 텐데, 그때마다 독자님께 판단의 지침이 될 배경과 맥락을 다각도로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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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방빚' 기억할 포인트 - 1월 중순 이후 가구마다 폭등한 난방비로 난리가 났어요. 대통령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러시아가 벌인 전쟁 영향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고, 이상 기후로 추운 날이 유독 많아 난방 사용이 늘었습니다.
- 둘이 겹쳐 ‘폭탄’으로 돌아온 것인데, 일정 부분 예측된 일입니다. 수입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도 정부가 가스 요금을 꾹꾹 눌러왔거든요. 소비자로선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정부는 언젠가는 가격을 '정상화'해 이 문제를 해결할 거니까, 소비자는 자기도 모르게 빚을 쌓아온 셈이에요.
- 전기와 가스 요금 문제는 점점 커질 겁니다. 일단 그동안 싸게 쓰며 진 빚을 갚아야 하고, 수입해오는 천연가스 가격도 2025~2026년까지 출렁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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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요금과 전기 요금은 앞으로 계속 오를 겁니다. 단순한 현금성 지원책을 넘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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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서울 관악구의 연립주택 외벽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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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면 저렴해서 무심했는지도 암울하지만, 어쩌면 지금이라도 이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온 게 다행입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지금 에너지 수급과 사용 계획을 돌아보고 정비하는 중이에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천연가스 송출 중단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래도 기후위기 앞에 '탄소 저감'이라는 중요한 목표가 있었는데,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자 '에너지 안보'도 다급해진 양상입니다. 에너지 이슈는 중요성에 비해서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합니다. '탈원전'이 정치적 쟁점이 되곤 할 뿐, 한 발 더 나아간 논의는 잘 찾아볼 수 없죠.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전기와 가스 등을 안정적으로 풍부하게 써왔기 때문에, 문제를 잘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몰라요.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했는데, 이 가격 상승분이 가스 요금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 가스를 비싸게 사와서 국내에선 싼값에 되팔며 발생한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해요. 한국전력 역시 지난해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차차 요금을 올려 이를 메워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거의 수입해서 써요. 2022년 10월 기준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9%입니다. 전기를 국내 발전소에서 만들기는 하지만 석탄부터 우라늄까지 원료는 거의 해외에서 사 옵니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왔다는 게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포인트입니다. 낮은 가격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고 인상 요인이 생길 때도 제때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비싸졌는데도 소비자들은 위기의 '신호'를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좋은 일인 것 같지요. 국가가 제 기능을 해서 가격을 통제하고 국민의 살림을 보호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지속 가능할 때 얘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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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면이 있어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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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귀해지면,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예컨대 주택마다 단열이 잘 되어있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이 많다면, 가스로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요. 이렇게 다방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문제를, 난방비 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너무 도외시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서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교훈을 꽤 얻었다고 해요.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그동안 많이 익혀왔습니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이 부분을 방심한 사이 '에너지 과소비 국가'가 되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 에너지경제효율위원회(ACEEE)는 주기적으로 국가별 에너지 효율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분석 대상은 세계에서 에너지를 제일 많이 쓰는 25개 국가예요. '2022 국제 에너지 효율성 평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3점을 받아, 11위였습니다. 2016년에는 61.5점으로 8위였는데, 순위가 좀 떨어졌네요. ACEEE는 에너지 효율성을 '국가적 노력', '건축물', '산업', '교통' 네 부문으로 나눠 분석하는데요. 우리나라는 '국가적 노력'이 14위로 특히 낮았어요. 에너지 효율 부문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기후변화 목표를 위해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본 결과입니다. 자세히 뜯어봤더니 '국가적 노력' 부문에서도 에너지 효율성 지출(Energy efficiency spending) 항목에 0점을 받았어요. 중국, 폴란드, 이집트, 인도와 같은 점수입니다. '에너지 효율성 관련 연구' 항목도 2점으로 낮은 점수였습니다. 이번 난방비 사태는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합니다. 춥거나 더워서 삶이 힘든 사람이 없도록, 생계가 걸린 업이 공공요금 인상으로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의 지원책을 찾아야 할 거예요. 이건 기본이고, 이런 문제가 향후 계속 반복되지 않도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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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EE의 보고서의 한국 에너지 효율성 평가 페이지. 여러 부문 중에서는 '국가적 노력'(National Efforts)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평가입니다. ACEEE 웹사이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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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위기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을 쓰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아주 안일한 발상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때부터 원전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방향인데요.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면 우리가 마주한 에너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것처럼 논의를 끌어가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책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데다, 상수가 된 기후위기,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여러 국가 간의 합의와 노력을 우리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발전 말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라는 압력이 세계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어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요. 애플, 구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가입한 RE100이 대표적입니다. RE100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탄소중립 캠페인인데, 삼성전자가 가입할 만큼 '대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여기 가입한 기업들은 2050년까지 생산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 기업들은 앞으로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주로 쓰게 됩니다. 이른바 '에너지 전환'입니다. 원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기후 악당' 딱지를 피하고 RE100 요건을 충족하려면, 국내의 삼성전자 공장에서도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는 쓸 수 없게 되는 거예요. 기업들은 앞으로 치열하게 재생에너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과연 재생에너지가 진짜 대세인지, 그걸로 그동안 써온 전기를 대체할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합니다. 찾아보니,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석유로 돈을 벌어온 중동 국가들마저 재생에너지로 선회하는 노력을 보인다고 해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UAE를 방문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며 원전에 대한 '뚝심'을 드러냈는데요. UAE도 원전 확대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분야에 약 200조8000억원(16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석유 시대의 종말' 앞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양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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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에너지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가정용보다는 산업용 비중이 확실히 높지요. 에너지 사용량은 계속 늘어왔습니다. 2023년 1월 '에너지통계월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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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너지 안보 추구하는 나라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에서 연료비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이미 지난여름부터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 사람들은 실로 혹독한 겨울을 보낸 것 같아요. 잠잘 때는 뜨거운 물주머니를 끌어안고, 샤워 시간과 횟수도 줄였다고 할 정도인데요. 와중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향한 행보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어떤 나라가 에너지를 무기화했을 때 모두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는지 많은 사람이 피부로 느꼈을 것 같아요. 사실 일상을 떠받치는 에너지 문제는 언제나 정치 또는 정세 문제와 아주 밀접했습니다. 중동 국가들이 석윳값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흔들리곤 하니까요. 러시아에서 주로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동에서 주로 수입하는 석유는 모두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에요. 재생에너지는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이런 위협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러시아 외의 천연가스 공급망을 늘리는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힘쓰는 모양새입니다.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입니다. 우리나라가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놓친 부분이기도 하지요.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위기가 감지되자 공격적인 에너지 수요 절감 목표를 세웠습니다. 사용량은 전보다 더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더 빨리 늘려가기로 했어요. 에너지 위기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 절감을 촉구했습니다. 소비자의 절약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특히 문제가 된 천연가스 수요는 절감 목표를 무려 15%로 설정했어요. 원래 EU 차원에서 에너지효율지침을 두고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9% 감축하기로 했었는데, 이 목표도 13%로 늘려 잡았습니다. 소비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한 건 결코 아닙니다. 에너지 생산업체의 수익 상한선을 정하고, 수익이 일정 부분을 초과하면 국가가 환수해 재원을 확보하는 정책도 썼어요. 국제 정세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에너지 안전 보장'을 위해, 우리도 꼭 새겨봐야 할 부분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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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그동안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많이 써왔다는 반성이 나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각종 글로벌 규제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게 더욱 절실해요. 또 에너지 가격은 국제 정세에 매우 민감하므로, 출렁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에너지 전환 논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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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는 계속 반복된다 난방비 사태를 취재하면서 박송이 기자는 기시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박송이 기자는 2016년 폭염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있을 때도 이 문제를 취재해 기사를 썼거든요. "그해 폭염이 너무 심해서 외출도 하기 힘들었어요. 당시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전기요금 20% 인하'가 전부였습니다. 이번 여름 한 철 넘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7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바뀐 게 없습니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는 줄곧 이야기됐잖아요. 또 기후위기로 폭염이나 혹한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고요. 난방비 급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그제야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에 나섰고, 정치권에서는 전 국민에게 3개월간 10만원씩 지급 등 현금지원 경쟁에 나섰어요. 또 '정말,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너지 공급난,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에너지 형평, 에너지 수요 관리 등 큰 그림을 그려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또 이번 겨울 한 철 수습하고 넘어가는구나 싶더라고요." 2. '난방빚'을 어떻게 해결할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발언하면서 현금 지원 대상을 넓히겠다고 시사했습니다. 대상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어디까지인지에 곧바로 이목이 쏠렸어요. 관련 부처들이 연이어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조2000억원 정도의 에너지·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도 제안한 바 있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난방비를 현금성으로 지원하는 정책에만 집중하거나 공공요금 인상을 또다시 미루는 방식에는 우려를 표합니다.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는 시급하고도 근본적인 문제를 또다시 회피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경제학자 우석훈도 광범한 현금성 지원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난방 지원금을 매년 주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없는 데다, 기후와 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도 적절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대신 '난방비 문제'를 '열악한 주거 문제'로 확장해서 접근하고,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노후 주택,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 개선을 시급한 현안으로 올려놓자고 했어요. 많은 에너지, 환경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촉구해온 일입니다.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어 에너지를 많이 쓰던 가구에도 절약의 노력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예요. 가구마다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방법을 마련하게끔 정부가 지원하고 독려하는 게 중요합니다. 난방 문제로 건강과 생계가 위협받는 분들은 되도록 폭넓게, 그리고 신속하게 지원해야 할 텐데요. 민간 싱크탱크 LAB2050의 윤형중 대표는, 천연가스 폭등으로 이익을 거둔 기업에 세금을 걷어 취약계층 재원을 마련하는 ' 횡재세' 도입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3. 국가의 일, 시민의 일, 모두의 일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한시적으로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꼭 필요한 조처입니다. 하지만 ‘난방비 폭탄’ 문제를 국가가 돈을 풀어 해결한다는 관점의 접근이, 자칫 에너지 문제를 국가에 온전히 떠맡기고 시민은 수동적 입장에 놓이도록 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많은 전문가가 우려합니다. 복잡한 에너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도록 만드는 흐름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시민이 참여할 공간을 열어 둬야 해요. 부단한 설득 작업과 적적한 혜택을 마련하면서요. 독일의 경우를 보면, 난방비가 폭등한 기간에 대중교통 이용 요금을 대폭 할인해줬어요. 가계 부담을 덜어주면서, 친환경적 수단 이용을 장려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국의 정책에도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박송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소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의 예를 잠시 함께 볼게요. “미국 백악관의 ‘모두를 위한 청정에너지’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시민들이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설치부터 주택 단열 개선, 에어컨과 전기차 구매까지 어떤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가정은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나 배터리를 설치할 때 30%의 세액공제를 받고 창호 교체나 단열 개선 산업에 1가구당 12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최대 8000달러(100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 규모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소법을 왜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라고 강조했는지 이해가 간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 정말 많아 보입니다. 산업과 생활 전 영역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계속 회피하면, 더 큰 폭탄을 미래로 넘기는 일이 될 뿐이니까요.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고 위기 대응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 솔직한 태도가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이걸 하지 않고 돈을 푸는 얘기만 하거나 '원전을 계속 쓰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면, 더 큰 폭탄을 미래로 미래로 계속 떠넘기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겠습니다. 쌓인 '난방빚'을 갚는 데 몇 년이나 걸릴지는, 지금부터 우리가 에너지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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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은 국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일입니다. 국가에만 모든 책임을 돌리거나 시민에게만 고통을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고,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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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비 대란'으로 수면에 떠오른 '에너지 위기'의 근본 원인은 국제 정세 불안과 기후변화다. ☑️ 이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을 지금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 정부는 지지율 하락이 두려워 요금 인상을 미루거나 현금성 지원만 논의할 게 아니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내놓고 에너지를 덜 쓰는 일에 국민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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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에너지 전환은 윤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환경경제전문가 홍종호 교수가 말합니다. 세계 경제의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은 특히 한국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는 지적에 마음이 철렁 하는데요. 이창준 기자의 인터뷰, 약 4분 분량입니다. |
위기가 오면 우리는 국가에 책임을 묻고 또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적정선은 어디에 있을까요? 모든 것을 다 내맡겨버리는 건 곤란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특히 이런 성찰을 요구합니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룬 6분 분량의 칼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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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오늘 다소 많은 내용을 전해드렸지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 꼭 질문을 남겨 주세요. 오늘 회차에서 세세히 다루지 못한 원자력발전 문제는 따로 한 번 다루겠습니다. 나눠서 살펴볼 쟁점이 아주 많거든요. 관련 의견과 질문도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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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리 보는 점선면'을 통해 오늘의 주제 '난방비'에 대해 보내주신 구독자님들의 의견을 전합니다. 📬 "서민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정부의 노력이 긴급한 순서대로 정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의료비에 대한 부분은 두터워지는 게 느껴지는데, 난방비 등 삶의 질과 관련한 영역은 소홀한 것 같아요. 보편적 복지의 기반 위에 맞춤형 복지를 같이 제공하는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 강문수 님께서 이런 의견을 보내주셨어요. 무척 공감됩니다. 오늘 점선면에서 많은 전문가가 난방비를 현금성으로 지원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전문가들께서도 재원을 잘 활용해 사회안전망을 더 두텁게 하자고 강조했습니다. 강문수 구독자님 말씀처럼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어떤 제도가 더 필요한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겠습니다. 📬 "체감적으론 난방비가 많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지만 정부의 정책도 중요함은 물론이고, 시민의 노력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집에서 따스하게 지내기 위해서 난방을 틀기 전에 보온이 잘되도록 더 챙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살펴봅시다." 📝 꼼빠니아 님께서 남겨주신 의견이에요. 오늘 보내드린 점선면을 미리 보신 게 아닌지 두 눈을 의심했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언론 종사자로서, 점선면 팀도 에너지 문제를 계속 중요하게 다루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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