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의 도토리들

김지연 전시기획자·d/p디렉터
아크로이드&하비, 보이스의 도토리들, 2007 ⓒ Ackroyd & Harvey

아크로이드&하비, 보이스의 도토리들, 2007 ⓒ Ackroyd & Harvey

‘사회적 조각’을 창안한 요제프 보이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열리는 가운데, 영국의 작가 듀오 아크로이드와 하비는 보이스의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잇는 프로젝트를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였다.

1982년 카셀시에서 열린 도큐멘타에 맞춰 시작한 7000그루의 나무심기는, 4년 후 사망한 보이스의 뒤를 이은 가족들의 힘으로 마무리되었다. 보이스에게 조각은 예술세계에 갇혀 홀로 존재하는 오브제가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 안에서 공진화하는 유기체였다. 그는 나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숲은 사회운동의 현장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문화, 경제,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세력을 사회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상호 연결시켜나가는 길을 추구했던 그는 독일 녹색당의 창단 멤버다.

생태와 사회에 대한 보이스의 관점을 이어받은 두 작가는 2007년, 보이스의 떡갈나무 아래에서 도토리 수백개를 주어와 싹을 틔우면서 개방형 프로젝트 ‘보이스의 도토리’를 시작했다. 2016년 영국 정부가 뛰어난 자연경관과 보전이 필요한 생태환경으로 유명한 리스 힐에 석유시추 사업을 허가하자, 작가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역 주민, 예술가들이 진행하는 캠페인과 저항운동에 합류했다. 이에 힘입어 변화를 위해서는 급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믿고 행동했던 보이스의 ‘떡갈나무 도토리’는 시대착오적인 영국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하고 생태환경을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게 파괴하는 세력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2018년 영국 산림위원회는 석유시추 회사의 토지사용허가권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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