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철 지난 바닷가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 철 지난 바닷가

사람으로 넘쳐나던 여름 바다가 썰렁해질 때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송창식의 ‘철 지난 바닷가’다.

“철 지난 바닷가를 혼자 걷는다/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러운데/ 어깨 위에 쌓이는 당신의 손길/ 그것은 소리 없는 사랑의 노래/ 옛일을 생각하며 혼자 듣는다.”

여름과 가을 사이 최고의 시즌송을 꼽는다면 단연 으뜸이 아닐까. 1973년 발표된 <Brand New Song Song Chang Sik>에 수록된 이 노래는 ‘꽃보다 귀한 여인’ ‘꽃, 새, 눈물’과 동반 히트했다.

최영호 작사로 발표된 이 노래는 ‘고래사냥’ ‘밤눈’ ‘꽃, 새, 눈물’과 더불어 소설가 최인호와 합작한 명곡이다. 통기타와 청바지, 생맥주로 정의된 1970년대 청년 세대의 선두주자였던 송창식과 최인호는 젊고 발랄한 감성으로 서정의 정점을 보여준다.

최인호는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 이장희가 부른 ‘그건 너’ 등의 가사도 썼다. 여기엔 윤형주와 최인호의 동생 영호가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인연이 작용했다. 최인호의 소설이 그의 친구인 이장호 감독에 의해 잇따라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송창식이나 윤형주, 이장희의 노래가 주제가로 쓰이기도 했다.

송창식이 만든 노래 중에서 ‘철 지난 바닷가’와 맥을 같이하는 노래가 한 곡 더 있다. “딩동댕 지난여름 바닷가서 만났던 여인/ 딩동댕 하고픈 이야기는 많았지만”으로 시작하여 “딩동댕 딩동댕 말이나 해볼 걸 잊지 말자고/ 딩동댕 딩동댕 여름은 가버렸네 속절도 없이”로 끝나는 ‘딩동댕 지난여름’이 그 노래다.

어쩌면 송창식은 ‘젊은 날의 문신’처럼 남은 짝사랑에 어울리는 가수인지도 모른다. 그의 노래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늘 서성인다. 철 지난 바닷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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