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시대, 양수발전 국산화 시급하다

김은수 (사)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원전 강국, 조선 강국 대한민국이 양수발전 핵심 장치는 만들지 못한다. 한국 양수발전은 1980년 청평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7곳에서 16기의 발전기를 40년 넘게 가동하고 있지만, 주기기인 ‘펌프·수차’와 ‘전동·발전기’를 아직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은 그동안 본격적인 기술 자립 시도조차 없었다.

김은수 (사)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김은수 (사)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공급체제는 에너지저장장치, 특히 양수발전소를 필요로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광을 늘려야 하는데, 이들은 햇빛과 바람 상황에 따라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저장장치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양수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물을 끌어 올려 보관해뒀다가 전기가 모자랄 때 물을 떨어트려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해외 100년, 국내 수십 년의 검증을 거친 가장 우수한 에너지저장장치다. 양수발전이 탄소중립 시대 주력 전원으로 성장할 재생에너지의 동반자로 각광받는 이유다. 이런 흐름에 부응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3개 지점(6대, 1800㎿)의 양수발전소가 반영됐고, 적잖은 양수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기대되고 있다. 우리 기술로 양수발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과거에는 국내 양수발전 건설사업이 간헐적으로 추진돼 기술 개발과 산업생태계 조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양수발전 시장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몇 개의 글로벌 제작사들이 과점하고 있다.

양수발전에 대한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이때 국산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소규모 양수설비를 국산화해야 한다. 큰 비용이 들겠지만, 우리 미래 전력망을 위해 반드시 돌파해야 할 과제다. 그리고 이후에는 즉시 대형 양수설비 국산화에 들어가야 한다. 하루빨리 국산화를 완성해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외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소형에서 중대형으로 이어지는 기술 개발 로드맵을 효율적으로 구축해 연구·개발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면서 기존 양수발전소의 현대화 사업과 연계하면 국산화 비용과 기간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화의 완성은 경쟁력 있는 수력·양수발전 산업생태계 조성으로 마무리된다. 그간 부품 수입에 할애하던 많은 시간은 국산화로 국내 공급망을 통해 대폭 줄어들 것이다. 우리 엔지니어를 통해 정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산화된 설비의 성능과 안정성이 지속해서 혁신을 이룬다면 시장을 선도해 나가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수조원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 건설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노후 수력 및 양수 설비의 현대화사업도 1조원 이상 계획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산화 과정에서 생성된 트랙 레코드와 그간의 양수 운영 경험, 특히 우리 토목건설업의 가공할 경쟁력이 시너지를 이뤄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사회 및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양수시스템 모색도 필요하다. 한국의 지형학적 특성과 지역별 수자원의 제한을 극복하면서 환경 및 지역주민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양수설비와 건설 기술을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야 한다. 값싸고, 안정적이며 청정한 전력망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