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의 뒤집고 파업 강행한 의료계, 당장 의료현장 복귀하라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뒤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뒤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개업의들이 26일 집단휴업을 통보하며 사실상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1차 의협 파업에 이어 두 번째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 파업은 하루에 그친 1차 때와 달리 사흘간 계속되는 데다 전공의·전임의까지 업무 중단에 들어간 상태여서 진료 공백을 넘어 의료 마비까지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파업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의사들의 무책임한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시민들의 분노를 분명히 전한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0명으로 이틀 만에 다시 300명대로 뛰었다. 서울·경기뿐 아니라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전국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20%에 육박해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이다. 정부는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3단계 상향을 놓고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들이 집단휴업에 들어갔다면 위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주장하는 의대 증원·공공의대 설립 반대는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파업 이유가 될 수 없다. ‘한국의 의사 증가율이 OECD 주요국보다 높다’거나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비도 증가한다’는 의협 측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의료계의 파업은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의협은 전날 정부와 협상하면서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잠정 합의까지 했다가 이를 파기했다. 의협이 합의를 파기한 데는 전공의들의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의협이 후배 전공의들의 투쟁 결정에 따라 입장을 번복한 것은 비겁하다. 전공의들을 설득해 진료현장으로 복귀시키고 정부와 대화했어야 했다. 의협은 파업 개시 담화문을 통해 정부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국민에게는 ‘죄송스럽다’고도 했다. ‘진정성 있는’ 정부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파업을 선택한 의협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성세대를 흉내내어 환자를 볼모로 정부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전공의들에게 절망을 느낀다. 공동체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이 있다면 당장 사과하고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정부는 집단 휴진에 들어간 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의협은 업무개시명령은 악법이라고 반발하며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을 가할 경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경 대치하면서 피해는 온전히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환자들 가운데에는 뇌종양 수술이나 골수검사를 받지 못하는 중증질환자도 있었다. 의료계는 당장 진료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의료정책은 정부와 대화하면서 풀어가면 된다.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쓰인 대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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