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자감세’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이 18일 부동산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기로 결의했다. 현행은 공시가격 9억원 초과(약 3.7%)였으나 앞으로는 ‘상위 2%’로 변경해 11억원을 웃돌아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로는 15억원가량으로 대상 기준이 높아진다. 종부세를 내는 공동주택은 52만4000가구에서 28만4100가구로 46% 줄어든다. 양도소득세도 1주택자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민심을 되돌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부자감세라니 실망스럽다. 민주당의 결정은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한다거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당의 강령을 의심하게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달래려면 감세가 필요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집 없는 서민보다 부자들의 이익 보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민주당의 정체성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결정은 민심에도 역행한다. 국토연구원의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종부세 강화에 대해 ‘과세대상(부과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가 69%, ‘세율을 올려야 한다’가 64%였다. 민심은 분명히 종부세 강화 쪽에 있다. 보수당과 언론에서는 세금폭탄 운운하지만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공시가격 11억5000만원인 1주택자의 올해 종부세액이 86만원으로 4년 새 34만원 상승했다고 밝혔다. 종부세 완화에 반대했던 진성준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전국 무주택 가구의 좌절과 분노를 헤아려야 한다”면서 “세금을 깎아주면 100만표가 돌아오냐”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목소리 큰 소수를 끌어안으려다가 지지층 다수를 잃을 수도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종부세법을 개정해 최고세율을 6%로 올렸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신년사에 대한 일종의 실천방안이었다. 투기를 근절하는 데 종부세 강화가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수십차례 내놓은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은 오르기만 했다. 집값이 상승한 만큼 세금도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집값 잡겠다는 정책 대신 고가주택 세금 깎아주는 정책을 택해 조세정의를 훼손했다. 종부세 후퇴 카드로 기존 부동산정책 기조마저 뒤집었으니 투기와의 전쟁에서 항복을 선언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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