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대결 다 준비하라” 한 김정은, 미는 대화 카드 내놔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열린 17일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서명이 기재된 서류를 들어보이고,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서류는 이날 회의에서 인민생활 안정을 위해 발령된 김 총비서의 ‘특별명령서’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열린 17일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서명이 기재된 서류를 들어보이고,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서류는 이날 회의에서 인민생활 안정을 위해 발령된 김 총비서의 ‘특별명령서’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면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국가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되는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내놓은 첫 공식 반응으로, 한국과 미국을 향한 비난을 절제하고 대결과 더불어 대화를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당대회 때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하는 한편 남측에 대해서도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남북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말한 것은 한층 유연해진 메시지로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대결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대화를 언급한 것은, 당분간 상황 관리를 하면서 대화 여건이 마련되면 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반도 정세 안정을 언급한 점도 당분간은 도발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및 남북관계에 변화의 모멘텀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날 북한의 발표를 살펴보면, 북한은 당장 대화에 나서기보다 핵무력 증강 등 전략적 지위와 유리한 환경 조성 노력을 계속하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강온 양면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한·미 당국은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식량난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주문했다. 식량난과 방역은 인도적 문제에 해당하는 만큼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한·미가 지원할 수 있다. 더불어 주목되는 것이 8월로 예정된 한·미 훈련의 조정 여부다.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전날 “한·미 훈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의 대화 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당장 한·미 군 당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훈련을 유예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방한해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카드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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