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성되는 대화 분위기, 한·미 진전된 카드 내고 북은 응해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서도 “곧 평양에서 긍정적 회신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길 기대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처음 나온 북한 반응을 의미있게 평가하면서 북·미가 조속히 만나자고 한 것이다.

김 대표의 제안은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선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후 한·일 북핵 담당자들과 처음 만나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을 미 외교 우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는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선언과 6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해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을 모색하기로 한 합의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기도 하다. 북한과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싱가포르 협의에도 참여한 김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을 계기로 북·미는 막혔던 대화와 신뢰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김 대표가 “남북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유의미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남북, 북·미 관계의 선순환을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작지 않다는 점을 한·미가 공유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후 멈춰섰고, 1년 전 대북전단 갈등 속에 북측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급냉각했다. 유엔 제재의 멍에가 여전히 무겁고,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코로나19 상황도 남북 접촉을 어렵게 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식량 위기를 알린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교류와 방역·백신 지원, 올해 내 이산가족 상봉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정세가 다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다시 대화를 언급한 것은 경제 개혁 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뜻이다. 한·미는 북한의 대화 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8월 연합군사훈련의 시기·방법을 탄력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과 북·미 간 사람과 물자가 오갈 때 조성된다. 이 문제를 조만간 다룰 한·미 워킹그룹의 대화의 양과 질이 함께 높아져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계승하기로 한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비핵화’ 순서로 평화 로드맵을 짜고 있다. 북한도 그 장정을 다시 시작하자는 미국과의 첫 회동을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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