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군 수사지휘관의 ‘성추행 사망 은폐 의혹’ 규명해야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2일 공군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이모 중사가 사망한 다음날 군사경찰단 실무자는 사건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기재했으나 군사경찰단장인 이모 대령이 삭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수사 실무자들이 사망자를 ‘성추행 피해자’라고 보고서에 적자 군사경찰단장이 당일 네 번이나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복수의 군 관계자로부터 제보받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다면 수사 지휘라인의 최고위자가 고의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이 된다. 엄정한 수사로 주장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

군사경찰단장은 군 내 일반수사의 총지휘자이자 공군 내 군사경찰 병과의 최고책임자다. 그런 직위의 지휘관이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그것도 실무진이 기재한 것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면 보통 사안이 아니다. 군의 생명인 사실보고를 어긴 것이다. 이 지시로 이 중사의 죽음이 단순 사망 사건으로 허위보고돼 국방부 조사본부는 물론 국방부 장관까지 잘못 알게 된 셈이다. 군사경찰이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중사를 불구속하기로 결정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센터 측에 따르면 불구속 여부 판단은 통상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만나본 뒤 내리는데, 군사경찰단은 피해자 조사 3일 후 가해자 조사 없이 불구속 의견을 보고서에 기재했다는 것이다. 센터의 지적대로 수사 윗선의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이날 센터가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수사의 전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이런 심각한 의혹을 당국이 아닌 군인권센터의 폭로를 통해 먼저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센터 측은 이 문제를 제보한 쪽이 군 수사의 칼날이 윗선이 아닌 실무자들만 겨냥하고 있어 초기 수사 진행 과정을 폭로했다고 밝혔다. 사실이 그렇다면 시민들은 군의 진상규명 의지를 다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군 당국은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사건을 단순 사망 사건으로 둔갑시키려 했는지, 가해자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해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 처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제기된 의혹대로라면 군사경찰단은 수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민간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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