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장 괴롭힘’ 네이버, 꼬리자르기 말고 근본 대책 내놔야

네이버 노조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 괴롭힘’ 사망 사건의 관리 책임자인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모든 보직에서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조직 내 문제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가 네이버 본사 직책에선 물러났지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 재단 대표 등 계열사 경영진 자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한 항의다. 노조는 또 직장 내 괴롭힘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기구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고,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도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 임원 해임이라는 꼬리자르기가 아닌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근본적 대수술을 요구한 것이다.

노조가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와 e메일·메신저·녹취·동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해 공개한 직원 A씨의 사망 조사보고서는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살인적 기업풍토를 짐작하게 한다. 야간·휴일·휴가 중에도 업무를 해야 할 만큼 과도한 업무량은 기본이었다. 임원들이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 놓기도 하고, 초과 근무 시 ‘돈이 없어서 주말 근무를 신청하냐?’는 모욕적인 발언을 반복했다. 여럿이 있는 업무 메신저 창에서 공개적 비난을 하기도 했다니 인격살인에 가까운 행태다. 참다못한 직원들이 2년 동안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영진은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문제를 알고도 해결하지 않았다면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명백한 업무상 재해이고 사회적 타살이다.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A씨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남겼다. 적극적 소통과 창의적 분위기, 미래지향성, 수평적 조직문화의 이미지 등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의 구시대적 갑질문화와 위선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도, 몇몇 개인의 일탈도 아니다. 후진적 직장문화와 이를 알려도 해결되지 않는 은폐와 방조, 폐쇄적 조직문화가 켜켜이 쌓인 결과다. 사건을 배태한 토양 자체를 갈아엎지 않고서는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요구하는 조직문화의 근본적 쇄신은 당연하다. 변화를 노사의 선의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정부와 국회도 법과 제도상 허점을 살펴 이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촘촘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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