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서부가 펄펄 끓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일대가 49.5도까지 치솟고, 6월 평균기온 20~23도이던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46.1도까지 달궈졌다. 폭염은 건강 약자의 돌연사와 정전 사태를 낳고, 경전철을 세웠다. 산불은 서울 넓이보다도 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구온난화는 상상의 산물이다. 걱정 말라”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판을 공개 힐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북미의 폭염은 뜨거운 고기압이 지구 북반구를 덮고 있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일으켰다. 온실이나 한증막에 열기가 차서 멈춰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폭염은 지난해 중국·한국의 홍수, 유럽의 폭염, 호주·브라질 대형 산불의 연속선으로 본다. 지구를 돌며 빈도·강도가 세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2021년판인 셈이다. 이번 주말부터 34년 만에 찾아오는 한국의 ‘지각 장마’도 다를 바 없다.
1일 또 하나의 경고가 나왔다.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측정된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9년보다 2.7PPM 늘어난 역대 최고치(420.4PPM)를 기록했다. 사람의 활동과 물류·소비가 줄어든 코로나19 속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 감소한 해에도 온실가스 대기 농도는 평균치 증가 속도를 유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이나 전 세계가 다르지 않다고 한다. 한번 배출된 온실가스는 200~300년간 대기에 머물기 때문에 한두 해의 배출량 감소로는 온실가스에 큰 변화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더 빠르고 강해져야 한다는 분명한 경고이다.
지난해 4월 뉴욕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공식 전환됐다. 생명체의 공존이 ‘목적’이고, 탄소중립이 ‘방법’이고, 산업혁명 이후 170년간 1도나 오른 지구 평균기온을 2100년까지 1.5도로 묶자는 ‘목표’는 정해졌다. 한 달 전 P4G 서울선언에서는 “기후위기가 경제·사회·안보·인권에도 위협”이고 바로 지금부터 행동하자는 뜻을 모았다. 기후행동은 비용과 고통을 감내하며 뚝심있게 가야 할 길이다. 늦추고 피할수록 할 일은 쌓이고,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지구에서 따돌림당할 뿐이다. 정부가 11월 영국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 보고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10월에 내놓기로 했다. 시민의 일상에서 탄소·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친환경차·그린수소 전환도 보다 과감하고 지속 가능한 청사진을 볼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