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은 ‘폭력 부장검사’ 단죄, 달라진 게 없는 검찰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의 심정이 이렇겠지”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 갈 시간도 없다”. 2016년 5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던 김홍영 검사(당시 33세)는 이런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이후 상관인 김모 당시 부장검사가 김 검사에게 폭언·폭행 등 비인격적 대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6일 서울중앙지법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검사가 사망한 지 5년2개월 만이다. 늦어도 너무 늦은 단죄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2년차 검사였던 피해자를 폭행하고, 회식을 위한 식당 예약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일로 질책했다”며 “피고인의 폭행은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을 야기하는 중요 원인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폭언과 폭력은 지도·감독 수단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면서 “피고인은 법정에서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표현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발생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비뚤어진 조직문화와 ‘제 식구 감싸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검찰 특유의 수직적 위계구조는 젊은 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죽음의 배경이 드러난 이후에도 검찰은 파장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다. 수사도 하지 않은 채 김 전 부장검사를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었다. 3년 뒤인 2019년 대한변호사협회가 폭행과 모욕·강요 등 혐의로 김 전 부장검사를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결론을 미루다가 수사심의위원회의 기소 권고를 받고서야 김 전 부장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적용한 혐의는 폭행뿐이었다.

2016년 대검찰청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검찰 내부 문제를 겸허히 성찰”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지난해 길거리에서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검사가 최근 서울중앙지검 주요 부서의 부부장검사로 부임했다고 한다. 해당 검사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징계기간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영전성’ 인사의 혜택을 입었다. 어처구니없는 제 식구 감싸기다. 검찰이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기는커녕 새로운 허물만 쌓아가고 있으니 불신을 면치 못하는 것 아닌가. 뼈를 깎는 혁신이 없다면 법 집행기관으로서 검찰의 입지는 더 좁아져 갈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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