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부 폐지 거론한 이준석, 이번엔 안보 갈라치기인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통일부 폐지를 거론했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 쪽 진영은 원래 작은 정부론을 다룬다. 현재 정부 부처가 17~18개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좀 많다. 여성가족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자”고 말했다. 통일부를 설치한 목적과 역사성을 너무나 가벼이 여긴 위험한 발언이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제1야당 대표답지 않은 가벼운 언행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통일부 폐지의 논리로 “외교와 통일 업무가 분리된 게 비효율일 수 있다. 외교의 큰 틀 안에서 통일 안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주장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잠정 형성된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가 남북 대화와 대북협상을 맡게 되면 민족공동체의 일원이자 평화통일 대상인 북한을 외국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과거 서독도 통일할 때까지 동·서독 관계를 외무부가 아닌 내독부가 관장했다.

이 대표는 또 “(남북관계는)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바로 관리했고, 통일부 장관은 항상 기억에 안 남는 행보를 했다”며 통일부의 역할을 낮추보았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잠시 멈췄다고 평화통일을 전담하는 통일부 존재의 필요성·당위성은 결코 줄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통일부의 업무는 논외로 친다 해도 당장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상대해 북한과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협상할 우리 내부 부처가 없어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다가 이 대표는 통일부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만 잠시 주목받았다고 했는데, 김대중 정부 때 수차례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 많은 합의가 이뤄졌던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 대표의 말은 지독한 이해 부족인 데다 남북관계의 역사를 모르는 인상 비평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부 폐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다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이 문제를 재론한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점령군 논쟁’과 여가부 폐지 언급에 이어 ‘안보 갈라치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 대표답지 않은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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