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U의 탄소국경세, 국내 기업 타격 최소화 대책 시급하다

탄소중립은 지구촌 전체가 동참해서 이뤄야 할 과제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희생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만 국한돼서는 그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일부 제품에 탄소를 배출한 만큼의 비용을 부과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5개 제품에 일종의 관세인 ‘탄소국경세’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탄소중립에 ‘법적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기후위기 극복 노력이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대의가 좋다고 무작정 반길 수만은 없다. 당장 철강과 알루미늄 등을 수출해온 국내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은 EU에 철·철강과 알루미늄을 각각 1조8000억원, 2200억원어치 수출했다.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탄소국경세가 수출액의 5%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탄소국경세가 사실상 제품 가격상승을 초래해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탄소중립이 새로운 무역장벽 수단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개별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개별기업들도 탄소배출 감축 실행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무탄소 제철 기술과 탄소포집 저장 활용, 수소환원 제철 등 친환경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탄소국경세 본격 시행 전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탄소중립 노력을 EU에 설명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상황에서 국경세까지 부과하면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 EU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면제 또는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 가속화는 국내 기업의 호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탄소국경세 도입과 함께 EU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내연기관차 2035년 판매금지, 그린 수소 생산 등의 계획도 발표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모듈과 셀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고, 전 세계 전기차의 3분의 1 이상에는 LG·삼성·SK의 ‘K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현대기아차의 수소전기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위기는 얼마든지 기회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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