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중립’ 감사원장 사임 17일 만에 야당 입당한 최재형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모바일 입당원서를 작성한 뒤 이준석 대표와 핸드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모바일 입당원서를 작성한 뒤 이준석 대표와 핸드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감사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지 17일 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 전 감사원장까지 임기 도중 사퇴와 함께 현 정권 심판을 외친 데는 현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기본 이념을 정면으로 어긴 매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부가 지금 방향대로 계속 가면 (국가에) 어려움이 닥치리란 우려도 있었다”는 말로 자신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모순이다. 지난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때 시민들은 그가 시민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감사원장의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이날 입당으로 그 기대를 무너뜨렸다. 최 전 원장이 감사원의 헌법적 가치인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월성 원전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교조 해직교사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한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시민은 없다. 최 전 원장은 원전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대통령 말이라고 다 따라야 하느냐”는 말도 했다. 그가 야당에 입당해 대선에 나서겠다고 한 현시점에서 이 말을 되짚어 보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최 전 원장은 퇴임하면서 자신이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진정 중립을 지킬 생각이라면 보름여 만에 입당하는 모양새는 피했어야 옳다. 그러고도 중립 훼손에 대해 성찰하는 말 한마디 없었다. 재임 시절 최 전 원장이 진행한 감사 활동이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한 정치 행위였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좋은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첫 행보는 다분히 정치공학적이다. 후발주자로 당내 기반이 전무한 데다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회의론이 커지자 서둘러 입당했다. 최 전 원장이라고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 전 원장은 평생을 판사로 살다 4년 동안 감사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학창 시절 장애인 친구를 등에 업고 등교시키는 등 미담이 많지만 정치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다. 이제부터 자신이 어떤 시대정신과 비전, 정책을 품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입증해야 한다. 시민들도 엄정히 그를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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