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속되는 백신접종 예약시스템 먹통, IT 강국 맞나

코로나19 백신접종 사전예약이 번번이 ‘먹통’ 사태를 빚고 있다. 53~54세 대상 예약이 시작된 지난 19일 오후에도 접속자가 몰리면서 질병관리청 예약사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접속 대기에 수백분이 걸리고, 연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만 나오다 빈 화면으로 바뀔 뿐이었다. 정부가 부랴부랴 임시로 서버를 긴급 증설해 2시간 지난 밤 10시부터 예약을 재개했으나 이후에도 접속 장애가 이어지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 12일과 14일 55~59세 사전예약 개시·재개 때 수시간 멈춤에 이어 세번째로 같은 유형의 시스템 오류가 되풀이된 것이다. 한국은 IT 강국이란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정부는 55~59세 예약 당시 극심한 혼란을 겪은 뒤 나머지 50대의 예약 일정을 53~54세, 50~52세로 세분하고 서버 보강에 나섰다. 19일 당일에도 미리 4시간 동안 사이트를 중단하고 서버 점검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53~54세 대상자는 150만명으로 55~59세(353만명)의 절반이 안 되는데도 다시 과부하가 걸렸다. 비공식 우회경로를 이용해 접속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으며, 실제 일부는 예약에 성공했다고 한다. 당국자는 “예약 개시 직후 접속 요청 건수가 한때 약 1000만건에 달했다”며 처리 가능한 수준보다 30배 이상 접속자가 몰려 사이트가 마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당국의 안이한 대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답답한 것은 예약시스템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이 뒤늦게 서버 용량을 2배 증설하는 작업에 나섰으나 8월 중순 이후에야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4일까지 계속되는 50대 예약뿐 아니라 추후 18~49세 예약 때에도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당국은 예약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유 있는 시간대에 접속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이는 말이 안 된다. 시스템이 불안해 언제 끊길지 모르는데 차분하게 기다리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당국은 시민들이 클릭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예약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예약 먹통 사태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백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시 한번 백신접종계획을 점검하고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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