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은 ‘여성혐오’와 명확히 선을 그어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티타임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티타임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향한 ‘온라인 폭력’을 두고 안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 선수가 남혐(남성혐오) 단어로 지목된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허구적 논란이)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쇼트커트에 여대 다니니까 페미(니스트)”라며 안 선수의 SNS를 뒤져 남혐 의혹을 제기하고 사과와 메달 박탈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어처구니없는 혐오 선동이 이제야 끝났나 싶었더니, 제1야당 대변인이 다시 들고나온 형국이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양 대변인 발언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혐오에 기반한 온라인 폭력’이라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표를 겨냥해서 한 발언이라면, 대단히 위험한 접근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가 페미니즘 비판 발언과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으로 ‘분열의 정치’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터다.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침묵을 비판했다. 공당의 대표라면 대변인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마땅하다. 더욱이 양 대변인은 이 대표의 야심작인 ‘토론 배틀’을 통해 선발된 대변인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역시 젠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를 겨냥한 이른바 ‘쥴리 벽화’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사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한동안 방관자적 입장을 견지하며 침묵했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 할지라도 인권침해와 여성혐오 소지가 있다면 서둘러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옳다. 보수 성향 유튜버가 몰려가고,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진 뒤에야 민주당과 유력 대선 주자 측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념·지역·세대 문제가 이미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젠더 이슈까지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 든다면 유권자의 호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시민은 누가 혐오를 선동해 표를 얻으려 하는지 두 눈 부릅뜬 채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은 혐오에 기대서도, 혐오를 조장해서도 안 된다. 아니 혐오를 외면하거나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비판받아야 한다. 정치권은 여성혐오와 명확히 선을 긋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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