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쿄 올림픽 폐막, 여자배구·근대5종의 투혼이 남긴 것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막을 내렸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이날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을 마친 후 김연경(왼쪽)을 비롯한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막을 내렸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이날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을 마친 후 김연경(왼쪽)을 비롯한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이 8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고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사상 초유의 ‘팬데믹 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미 비상사태가 선포된 대회 기간 중에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선수 29명을 포함한 대회 관계자 400여명이 확진되는 상황에서도 중단이나 취소 없이 대회가 마무리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전에 없이 힘들고 위험한 올림픽 무대에서 지난 5년간 쌓은 기량을 아낌없이 쏟아낸 전 세계 1만여명의 올림피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들은 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위대함을 입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기준 순위로는 세계 16위다. 대한체육회가 당초 내걸었던 ‘금메달 7개 이상, 10위 이내’ 목표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메달 색깔과 숫자, 등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낸 것만큼, 메달을 걸지 못했어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열렬한 성원을 전했다. 선수들은 경기 자체를 즐기며 공정히 경쟁하고 상대를 존중했다. 팬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했다. 선수도, 팬도 달라진 스포츠문화가 이번 올림픽에서 돋보였다.

4위를 차지한 여자배구 대표팀과 주장 김연경 선수는 스포츠가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았다. 대회 마지막 날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패했지만 승리보다 더 값진 감동을 안겨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똘똘 뭉친 ‘원팀’으로 불굴의 투지를 발휘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하나만 더”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며 팀원들을 독려하고 몸을 사리지 않은 김 선수의 헌신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빛났다. 지난 7일 한국 선수단에 마지막 동메달을 보탠 근대5종의 전웅태 선수도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상찬받았다. 경기 초반 열세를 딛고 역전을 일궈 57년 만에 근대5종 첫 메달을 안았다.

이번 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패기발랄한 10~20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제 실력을 발휘하며 미래를 밝혔다. 육상·수영·체조 등 기초종목에서 신진 선수들이 눈에 띄게 발전한 것도 반갑다. 근대5종 등 비인기 종목에서도 묵묵히 땀 흘린 선수들의 도전이 성과로 나타났다. 김연경 선수의 올림픽 은퇴 선언은 세대교체라는 숙제를 던지기도 했다. 더는 특출한 개인기로 성적 올리기를 기대하는 일이 없도록 체육계가 단단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팬들은 옛날처럼 ‘효자 종목’만 바라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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