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진보언론 원로들도 반대하는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자유언론실천재단 주최로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로 언론인들이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자유언론실천재단 주최로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로 언론인들이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자유언론 투쟁에 나섰던 원로 언론인들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1974년 유신독재 시절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고 해직된 뒤 결성한 ‘동아투위’를 뿌리로, 1980년 해직된 언론인들과 언론노동운동에 헌신한 인사들이 결합한 단체다. 참여 인사들은 한국 언론민주화 투쟁의 산증인이라 불릴 만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로 언론인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언론 피해의 심각성과 피해자 구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기나긴 군부독재의 터널을 뚫고 어렵게 얻어진 언론자유에 심각한 제약과 위축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의·중과실 추정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입증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존재한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본회의 통과까지) 남은 짧은 일정 동안 정리하고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현 법안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고,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며 강행처리 중단 및 시민사회·학계·언론현업단체가 참여하는 국회 특위 구성을 요구했다.

2014년 출범한 자유언론실천재단은 ‘깨어나라 자유언론’을 기치로 바른 언론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헌신해왔다. 종합편성채널의 탈법적 영업행태를 비판하고, 박근혜 정권의 메르스·세월호 관련 보도통제를 규탄하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했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인사들의 면면이나 활동의 성격에 비춰볼 때, 한국 민주·진보언론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원로 언론인들은 이날 제도언론을 향해서도 “극심한 상업주의와 정파주의 저널리즘”을 지적하는 등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은 국내외 언론단체와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일 국회 법사위, 25일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국민의힘과 합의 처리하겠다며 당론 법안까지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 민주당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종부세법만큼 화급을 다투는 민생법안도 아니다.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는 결국 강성 지지층 눈치보기 아닌가.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진정한 언론개혁을 바란다면 입법 독주를 멈춰야 한다.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와 숙려를 통해서만 언론개혁은 성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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