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선택 논란에 선관위장 사의 소동까지 벌인 국민의힘 경선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초반부터 혼란에 빠졌다. 일부 후보들의 불신에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사의를 표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정 위원장은 사퇴를 철회했지만, 이날 당 공정경선 서약식 행사도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이 불참하는 등 반쪽행사로 치러졌다. 경선준비위원회 때부터 시작된 혼란이 이어진 것이다. 최근 대선 경선이 이렇게 파행한 경우는 없었다. 이러고도 무슨 염치로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는 것인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정당에서 대선 경선룰을 둘러싼 논란은 다반사이지만, 국민의힘의 경우는 도를 넘었다. 특히 정 위원장이 선관위원장을 맡은 후에는 갈등이 더 심화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해 자기 당에 유리한 후보를 뽑는 이른바 역선택을 할 수 있으니 이를 막을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홍준표 의원·유승민 전 의원 등 다른 후보로부터 ‘윤석열 감싸기’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역선택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역선택으로 선거 결과가 뒤집힌 사례는 없다. 또 본선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넘어 선거인단을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무엇보다 당 경선준비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결정한 기존 경선룰을 뒤집는 방안을 검토한 것 자체가 명분이 부족하다. 여당인 민주당이 이미 지역경선에 들어간 것에 비하면 너무나 안이한 대응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는 점만 믿고 오만하게 군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국민의힘은 당 경선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냉철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경선을 이끌고 가려는 게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한때 지지율 1위 후보로 부상했지만 문재인 정부 반대 이외에는 그 어떤 정책 대안과 미래비전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 시민들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산업 등 국가적 난제에 맞서 국민을 통합하면서 진지하게 해법을 제시할 정당과 후보를 갈망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역선택 논쟁이 아니라 수권능력을 입증하는 데 힘을 쏟아도 될까 말까다.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정권교체 정서만 믿고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지지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알아야 한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