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성근 판사 탄핵 무산, 사법농단 면죄부는 아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이 무산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헌재는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한 만큼, 공직 파면 여부를 가를 탄핵심판 자체가 필요없다고 했다.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본연의 책무를 외면하고 위헌성 판단을 회피한 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재판관 5인은 “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다수의견 쪽에 섰다. 반면 유남석 헌재소장 등 3인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에 대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며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임을 확인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형사재판 1·2심 무죄에 이어)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추락시킨 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용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재가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해 예방할 수 있다”며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봤다. 임 전 부장판사는 파면을 면했을 뿐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임 전 부장판사가 법망을 빠져나가게 된 것은 비단 헌재만의 책임이 아니다. 법원의 시간 끌기와 국회의 직무 태만도 영향을 미쳤다. ‘김명수 대법원’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해 징계를 미루는 등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자 탄핵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 같은 여론을 외면하던 국회는 뒤늦게 지난 2월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소추했지만, 이미 늦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월 말 재임용심사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법원을 떠났다.

2017년 3월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법농단은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헌정문란 사건이다. 시민의 기본권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법농단 관련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드시 단죄돼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사법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법원개혁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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