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태우 국가장’은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고 있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3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치러진다. 영결식 이후 고인의 유해는 경기 파주 검단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로써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5일장)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국가장법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 그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목적대로라면 국가장은 국민 통합과 화해의 한마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노 전 대통령 국가장이 그러한 과정이 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7일 정부가 국가장 방침을 결정한 후 광주시는 시장·시의회 의장 명의의 성명을 냈다.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우리 광주는 그럴 수가 없다. 고인은 5·18 광주학살의 주역이었으며, 생전에 진정 어린 반성과 사죄, 그리고 5·18 진상규명에 어떠한 협조도 없이 눈을 감았다.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되고 기억될 때 교훈을 줄 수 있고, 강한 힘을 갖는다.”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성명은 울림이 컸다. 전남·전북도와 세종시가 광주시를 따라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상당수 시·도 역시 법적 의무사항인 조기는 게양하되,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17개 시·도 교육감 중 10명은 장례위원 참여를 거부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48개 인권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국가장은 반인권적 결정이자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국가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장례위원회 고문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결식 불참 의사를 밝혔다.

국가장법 2조는 대상자로 전·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를 특정하고 있다. 헌법학자인 김종철 연세대 교수가 경향신문 칼럼에서 지적했듯 “왜 대통령이라는 공직에 국민적 추앙 대상이 될 수 있는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대통령을 입헌군주국의 군주처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간주하려는 태도는 대통령직을 봉사자가 아니라 통치자로 인식하는 독재적 대통령제의 유산”이라 비판했다. 우리는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며 국가장법의 조속한 전면적 개정을 국회에 촉구한다. 전두환씨가 사망할 경우 야기될 논란을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공화국이 추구하는 국가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바탕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노태우 국가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겁게 새겨야 한다. 이 장례의 과정이 공동체에 남긴 상흔은 쉽게 아물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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