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혜경씨 사고’ 루머 부추기는 국민의힘, 무책임하다

국민의힘이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 낙상사고를 두고 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 석상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부인을 폭행했다고 하면 헛소리 정도로 생각할 텐데 이 후보가 그런 소문이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배현진 최고위원은 “경찰의 경호인력이 24시간 후보와 가족을 경호하는데 119 구급대의 이송을 경호인력이 전혀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ABCD(사건의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경쟁당의 대선 후보 부인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해 위로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시중에 떠도는 뜬소문을 빌려 폭행설이 사실인 양 교묘히 포장하고 있다. 제1야당과 그 최고위원들의 한심한 수준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폭행 의혹은 최소한의 근거도 없다. 이 후보 측에서 김씨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CCTV 영상을 공개했는데, 폭행이 개입됐을 법한 정황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한낱 정보지 등에 나도는 소문을 이용해 공식회의 석상에서 버젓이 의혹을 제기하다니 어이가 없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로봇 패대기, 형수 욕설, 철거민 폭력 등 평소 그분의 모습이 국민에게 투영된 것 아닐까 싶다”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맥락에도 맞지 않는 다른 일들을 동원했다.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는 배 최고위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찰 부실 경호를 탓하는 척하면서 실은 폭행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선거에 유리하면 남의 불행까지 악용하겠다는 것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런 언행에는 이유가 있다. 당 지지율이 오르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유리한 것으로 나오자 오만해진 탓이다. 최근 선대위 지분을 둘러싸고 다투는 양을 보면 마치 대선에서 이미 이긴 듯하다. 지금 국민의힘과 윤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자기 능력보다 정권교체 여론에 편승한 결과이다. 대선은 아직 3개월여 남았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를 원한다면 책임감 있게 겸손하게 선거에 임해야 한다. 최악의 비호감 후보들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은 어느 당이, 어느 캠프가 선거의 수준을 떨어뜨리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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