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게 은행들 불러 금리 상승 속도조절 주문한 금감원

금융감독원이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은행의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이후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평균 1%포인트가량 대폭 올렸으나, 예금금리는 그보다 훨씬 낮은 0.3%포인트 안팎 상승에 그치고 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은행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 뒤늦게 금융당국이 나서 금리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자리인 셈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정기예금과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3월 2.05%포인트로 3년 반 만에 2%대에 올라선 뒤 7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커진다고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기준금리가 1.25%에서 1.75%로 올랐던 2017년 11월부터 1년간 예대금리차는 1.8%포인트 안팎이었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으로 이어졌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은행들은 이 돈으로 내부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는 출범 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했고, 명예퇴직자에게는 퇴직금과 별도로 특별퇴직금으로 1인당 최대 7억원을 책정했다. 경영진을 위한 성과급도 준비해뒀을 게 분명하다.

은행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임직원들의 뛰어난 능력이나 노력 덕분이 아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 그 틈새를 파고들어 대출금리를 재빨리 올려 이익을 챙긴 것이다. 그 이익을 모두 은행이 가져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럼에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사 금리산정체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나치게 안일한 인식이다. 관권이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는 것도 무책임하다. 정부 허가로 영업권을 인정받은 은행을 금융당국이 관리·감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기업이어도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지도에 나선 만큼 철저히 점검해 개선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금융의 약탈자 속성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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