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체적 무능 드러낸 공수처, 발본적 쇄신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6일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공수처가 다른 타깃으로 방향을 틀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일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수처는 손 검사 한 사람을 두고 체포영장에 이어 1·2차 구속영장까지 세 차례 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공수처 또한 수사력을 의심받으며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수처는 석 달가량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휴대전화 등을 통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통화 녹음파일이 복구되면서 수사가 진전되는 듯했다. 고발장의 발송자로는 텔레그램 메시지에 이름이 찍힌 손 검사가 특정됐다. 하지만 공수처는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전달자를 밝혀내지 못하면서 핵심인물인 손 검사의 혐의를 소명하는 첫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김 의원실에 대해 진행한 압수수색도 법원에서 “위법”이라는 이유로 이례적 취소 결정을 받았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수사 전문가인 손 검사와 비교해 ‘공수처는 수사 경력이 부족한 아마추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영장 발부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 해도, 피의자 앞에서 역량 부족을 자인한 건 적절하지 못했다. 이래가지고서야 앞으로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공수처는 지난 1월 고위공직자 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출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단 한 명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고 단 한 건의 공소도 제기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씨조차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 없으면 수사를 중단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겠나. 공수처는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면서,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한다. 철저한 자성, 발본적 쇄신으로 수사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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