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홍 수습한 윤석열, ‘반문재인’ 넘어서는 비전 제시해야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왼쪽)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 윤석열 대선 후보를 만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제공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왼쪽)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 윤석열 대선 후보를 만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제공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삼각편대로 내년 3월 대선을 치르게 됐다. 윤 후보가 선대위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던 이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영입 등에 가까스로 합의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한 달 만인 6일 선대위 공식 출범식을 연다. 윤 후보는 5일 “자만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말보다 행동으로 입증할 때다.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의힘 내 권력투쟁은 볼썽사나웠다. 이 대표가 나흘간 당무를 거부한 것도 무책임하지만, 당대표에게 후보 일정도 알리지 않고 뒤에서 험담하던 윤 후보 캠프의 잘못이 더 크다. 윤 후보는 이른바 ‘윤
핵관(핵심관계자)’ ‘문고리’의 전횡 논란이 커지는데도, 이를 방치했다. 김 위원장 영입을 두고도 종잡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내부 분란을 조정하지 못하는 정치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것은 당연했다. 그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던 윤 후보 지지율은 이 후보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민의힘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시장 지지 연설로 ‘비니좌’ 별칭을 얻은 노재승씨, 방송인으로 유명한 피부과 의사 함익병씨,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등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2030세대와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인선이라 했지만 선대위 면면만으로 중도층 지지가 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함씨의 경우 2017년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통합정부추진위 자문위원에 포함됐다 “독재가 왜 잘못됐나” “여자는 국방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 권리만 행사해야 한다” 등 발언이 문제가 돼 30분 만에 제외된 전력이 있다. 함씨는 이번 인선 발표 이후 다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도 결국 “함 선대위원장 내정은 언론에 제기된 문제를 선대위가 검토해 본인과 상의한 후 철회한다”고 밝혔다. 유명인사 영입에 급급해 검증에 소홀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난제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심화된 불평등과 청년실업, 부동산값 급등, 미·중 패권 경쟁 등이 그것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이끌고자 하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을 선거 슬로건으로 정했다고 한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실언과 자질 논란이 계속된다면 슬로건대로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윤 후보는 ‘반문재인’ 차원을 넘어서는 정교한 국가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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