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쩌다 수험생과 대학이 법원만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나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10일 수험생들에게 배부됐다. 44만여명이 성적표를 받았는데, 출제오류 논란이 제기된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응시자 6515명은 해당 과목의 성적이 공란으로 처리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해당 과목 응시자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 9일 법원이 받아들여 정답 결정을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예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수능 사상 성적표가 일부분 빈 채로 배부된 것은 초유의 사건이다. 이날 시작된 본안소송에서 재판부는 오는 17일 1심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를 시작으로 대입 일정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수십만 수험생과 가족, 각 대학이 법원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기막힐 따름이다.

교육부는 법원의 선고 일정에 맞춰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마감일을 16일에서 18일로 연기하되, 정시전형 일정은 유지한다고 안내했다. 원래는 수시 합격자가 16일까지 발표되고, 17일부터 28일까지 합격자 등록과 미등록 충원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정시 원서 접수는 30일 시작해 내년 1월3일 마감된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성적 확정이 늦어지면서 합격자 등록과 미등록 충원도 18~29일로 잇따라 늦춰지게 됐다. 그것도 17일 선고 결과에 원·피고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다. 수험생이든 평가원이든 선고에 불복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수험생들은 속이 타들어갈 지경일 터이다.

평가원의 안이한 대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수능 직후부터 해당 문항에 대한 출제오류 지적이 거셌지만, 평가원은 문항 자체가 불완전함은 인정하면서도 학업성취 수준 변별을 위한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이유로 ‘이상없음’ 결론을 내렸다. 군색하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다.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이 나오기 불과 몇 시간 전, 강태중 평가원장은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예단하지 않고 있고, 시뮬레이션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평가원과 교육당국은 향후 대입 일정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엎질러진 물이라도 주워 담는 것이 최소한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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