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획공세지만 송구하다”는 윤석열의 ‘배우자 의혹’ 사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시간강사라는 건 전공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라며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라고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윤 후보는 또 “무슨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자료 보고 뽑는 게 아니다”라면서 “외부강사는 학계에서 추천이 있으면 위촉하는 것이고, 공개 경쟁에 필요한 자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YTN은 김씨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초빙 지원서’에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등 허위 이력을 기재했다고 보도했다. 윤 후보 발언은 지원서상 경력이 실제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씨는 “돋보이려 한 욕심”이었다며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윤 후보 발언은 논점을 이탈한 궤변이다. 임용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채용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입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강사법 시행 전인 2007년 당시 강사 채용이 공채가 아니었다 해도, 허위 이력 기재까지 용인되지는 않았다. 당시에도 강사를 위촉하려면 학과 교수들의 동의를 얻은 뒤 학과장·교무처장 등의 결재를 거쳐 총장·이사장이 승인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학계 추천이 있었다 해도,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해 부적격 사항이 있으면 탈락시켰다. 윤 후보는 기자들에게 “현실을 잘 보시라”고 했는데, 현실을 잘 봐야 할 사람은 그 자신이다. 윤 후보는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여 학위를 얻고 연구실적을 쌓아 대학에서 일하게 된 많은 연구자들을 모욕한 것이다.

김건희씨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윤 후보도 “여권의 공세가 기획공세이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 해도, 국민 눈높이와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오전 기류와 사뭇 달라진 태도이나, 사과로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군색하다. 초점은 기획공세 여부가 아니다. 사문서 위조라는 위법행위 여부이다. 윤 후보는 ‘공정’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는가.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하기 바란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