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의 ‘학원 방역패스’ 제동, 방역 후퇴로 이어져선 안 돼

법원이 학원 등에 대한 정부의 방역패스 의무 적용에 제동을 건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 관계자가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학원 등에 대한 정부의 방역패스 의무 적용에 제동을 건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 관계자가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학습시설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를 의무화한 정부의 방역조치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은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본안소송 1심 선고일까지 중단된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갈등 속에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손을 들어준 첫 판단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복지부의) 처분은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학원·독서실 등에 접근하고 이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미접종자 중 학원 등을 이용해 진학·취직·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은 학습권이 제한돼 교육·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청소년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오는 3월부터 2009년 12월31일 이전 출생 청소년을 대상으로 방역패스를 의무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상당수 학부모단체와 관련 업계 등에서는 강력히 반발해왔다.

법원의 결정은 학습시설을 방역패스 의무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조치에 한정된다. 학원 등에 방역패스를 의무적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이로 인해 미접종자들이 침해당할 개인적 권리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학습시설이라는 특수성이 고려된 만큼, 방역패스 정책 전반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되어선 곤란하다. 정부는 법원 결정 후에도 “최근 8주간 만 12세 이상 확진자의 29.8%, 위중증 환자의 53.1%, 사망자의 53.2%가 백신 미접종자”라며 방역패스 적용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역패스가 시민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약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부터 공동체, 특히 미접종자를 포함한 감염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다. 당초 ‘자율 접종’을 권고하던 청소년 백신 접종을 ‘강력 권고’하게 된 것도 방역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정부는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해 청소년의 백신 거부감을 해소하고 접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방역정책의 혼선이 커지지 않도록 방역패스 적용 대상을 정교하게 정비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방역정책이 후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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