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선거대책위원회를 전격 해산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내보내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윤 후보는 또 “국민들께 안심을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 모두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라며,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해 “실력 있는 젊은 실무자들이 선대본부를 끌고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선대위 해산은 대단히 비상한 조치다.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이래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유력 후보가 선대위를 통째로 해산한 일은 없었다. 철학과 의견이 서로 맞지 않는 명망가들을 모아놓은 기존 선대위가 덩치만 컸을 뿐 제 기능을 하지 못한 데 대한 극약처방이다. 실무형 선대본부를 꾸리겠다는 것은 후보가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실무형 선대위가 그 뜻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후보로서 결단을 내린 만큼 그에 걸맞은 행보로 유권자에게 수권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윤 후보 스스로 지적했듯, 국민의힘 선대위 난맥상은 윤 후보에게서 비롯된 일이다. 윤 후보는 그동안 유권자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국가적인 난제가 산적한데 엉뚱한 해법과 신중하지 못한 언급으로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20·30대가 윤 후보로부터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최저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주 120시간 노동’ 등 노동의 현실과 청년의 고단한 삶을 전혀 모르는 실언을 반복한 결과이다.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용인하기 어려운 실책이자 단점이다.
윤 후보의 취약점인 비전과 정책을 보완해온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한 데 따른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나 약자를 위한 정책,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사과 등으로 중도층의 윤 후보 지지를 유도해왔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알력을 보이는 이준석 대표 문제도 서둘러 풀어야 한다. 윤 후보는 이 문제를 “권한 밖의 일”이라고 했는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과 아내, 장모 문제에 대해서도 공인답게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
윤 후보는 이제 정권심판론에 기대려는 생각을 접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윤 후보는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제게 시간을 좀 내주시라”고 했다. 선거일까지 두 달 남짓 남았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선대위라는 외형만 바꿔서는 될 일이 없다. 윤 후보 자신이 식견을 보완하고 쇄신하는 리더십으로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후보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