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발도 못 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논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또다시 물 건너갔다. 국회 본회의 상정은커녕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역풍을 맞을까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본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의 70%로, 이곳의 360만 노동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물론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다. 경제규모 세계 10위라는 한국이 부당해고되고 일하다 다치는 노동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커진 덩치에 걸맞은 제도가 절실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4일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논의를 중단했다. 11일로 예정된 본회의까지 물리적 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처리 무산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라고 한다. 법안이 발의된 지 1년이 넘었는데 해명이 군색하다. 기자회견까지 열며 법안 처리를 촉구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정작 회의에서는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노동법에 의한 차별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던 다짐은 온데간데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고, 억울해도 구제받는 길은 좁다.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도 아니다. 야근·연장·휴일근로 수당을 못 받고 연차휴가도 없다. 대체공휴일 역시 유급휴일이 아니다. 2010년 퇴직금 지급규정이 생긴 것을 빼곤 20년 넘도록 개선이 없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법마저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다.

대선을 앞둔 여야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을 염려하는 듯하다. 지난 6일에는 고용노동부 장관마저 “회사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르다”며 공을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넘겼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처지는 감안해야 옳다. 하지만 작은 일터의 노동자들을 법이 보호하지 않으면 노동시장 내 양극화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되 사업주 비용 부담이 커지는 조항엔 예외를 두거나, 정부가 부담을 나눠 지는 접점을 찾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시행까지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는 일도 가능하다. 노동 공약이 실종된 대선 국면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마저 잊혀져선 안 된다. 그들 또한 시민이요, 주권자다. 언제까지 이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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