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의 협력업체 산재 대책, 원청 책임 묻는 계기로

한국전력이 9일 협력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놨다. 감전 사망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자가 전력선에 접촉하는 ‘직접활선’ 작업 즉시 퇴출, 끼임사고 방지를 위해 전기공사용 절연버킷 차량(고소작업차)에 밀림 방지장치 설치 의무화,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 전면 금지 등이다. 한전의 3대 재해인 감전·끼임·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원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의 대책은 지난해 말 발생한 협력업체 노동자의 감전사 소식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지 엿새 만에 나왔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곧바로 정승일 한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곧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처벌될 수 있다”고 전한 뒤 이 사실을 공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이라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향후 같은 산재가 발생하면 원청에 책임을 묻겠다는 노동당국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사장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며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대책과 약속이다. 한전은 이번 대책을 충실히 이행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사고를 낸 뒤 사장이 고개를 숙이고 대책을 발표하는 풍경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공기업 최다 산재 사망사고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책임 있는 자세다.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은 대부분 원청의 하청 관리·감독 소홀 때문에 발생한다. 한전의 경우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산재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가 46명이다. 반면 6년 동안 숨진 한전 직원은 1명뿐이다. 같은 시공사의 다른 사업장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도 원청의 책임이다. 지난 6일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숨진 평택 냉동창고 신축공사 시공사는 2020년에만 각종 사업장에서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임에도 솜방망이 처벌 관행 때문에 시정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대재해법 시행(1월27일)이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경영계는 아직도 이 법을 시행하면 기업인들이 과도하게 처벌되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사실을 왜곡하며 법의 부작용을 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 특히 중대재해 예방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구해 그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것이 기업의 올바른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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