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몽규 HDC현산 회장 퇴진, 건설현장 참사 근절 계기 돼야

정몽규 HDC 회장이 17일 “광주에서 발생한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고 수습대책과 관련해서는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분양자 계약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6일 만이다. 실종 노동자 6명 중 한 명만 숨진 채 발견됐고, 5명은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현장에서도 5층 건물이 무너져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현산은 이 사고를 낸 업체의 원청 시공업체였다.

정 회장 사퇴는 기업 최고책임자로서 잇따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현산이 연달아 두 번씩이나 후진적 사고를 낸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것을 고려한 고육책이다. 그동안 건설 사고에 대해 최고경영자가 책임지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정 회장의 이번 사퇴가 현장의 참사를 줄이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부실시공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사고 수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가 물러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 회장이)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사퇴가 능사가 아니고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다. 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 책임 있는 조치를 확실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HDC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한 정 회장은 HDC의 최대주주, HDC는 현산의 최대주주이다. 정 회장은 2020년 HDC에서 보수 22억300만원과 배당금 50억원, 현산에서 보수 17억9600만원 등을 받았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정 회장이 현산 회장에서 물러나도 보수만 일부 줄어들 뿐 변함없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재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높은 의지가 정 회장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대형 산재의 책임에서 이젠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실종자를 조속히 찾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번 붕괴 원인을 밝혀야 한다. 후진국형 건설현장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정 회장은 모든 수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해 현산 회장에서 물러난 것이 책임 회피성 사퇴가 아님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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