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행 깬 ‘조해주 인사’, 여야는 선관위 중립성 우선 생각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4일 3년 임기를 마치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사표를 반려했다. 문 대통령은 비상임으로 선관위원직을 3년 더 맡아달라고 요청하고, 조 상임위원은 따를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999년 선관위법 시행규칙 개정 후 임명된 9명의 상임위원은 3년 임기 후 모두 선관위원직을 그만뒀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선관위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했다”는 청와대 말도 후임자를 제때 찾지 못한 해명으로는 군색하다. 야당은 “임기 말의 꼼수·알박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왜 굳이 관례까지 깨고 선거 중립 시비를 자초하면서 조 상임위원을 선관위에 두려는 것인지 되묻게 된다.

임기 6년의 선관위원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3명씩 지명해 9명으로 구성된다. 선관위 사무를 총괄하는 상임위원은 그간 대통령 지명자 중에 호선으로 뽑고, 임기 3년 후 선관위원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그 관례가 깨진 것이다. 3년 더 선관위원직을 유지하는 인사가 법적으론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생길 수 있는 정치적 생채기는 결코 작지 않다. 조 상임위원은 2017년 문재인 후보 캠프에 특보로 임명된 전력 때문에 2019년 1월 여야 갈등 끝에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그 후 선관위가 여야의 위법 행위를 판단할 때도 야당은 조 상임위원부터 압박·공격 소재로 삼곤 했다. 대선 코앞에 관행까지 깬 이번 인사가 선관위 중립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청와대는 가벼이 듣지 말아야 한다.

현재 선관위원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이 추천한 문상부 후보자를 여당이 반대하면서 ‘야당 추천 몫 1명’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미 조 상임위원 앞에 선관위 상임위원을 지낸 문 후보자는 지난해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 관리위원으로 활동한 뒤 선관위원 추천 전에 탈당했다. 조 상임위원 인사를 공격하면서 보수 일각에서 ‘결격 사유’가 심각한 문 후보자의 선관위 입성을 다시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선이 7주도 남지 않았다. 가뜩이나 네거티브성 폭로와 말이 거칠어지는 속에서 심판자까지 정치 바람에 휘둘려선 안 된다.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나 중립 의지를 공격받는 일이 없어야 하고, 여야도 그 역할과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 했다. 조 상임위원은 두 차례 사의를 표명한 초심을 새겨 다시 한번 거취를 숙고하고, 야당은 결격 후보자 추천을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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