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후보들의 공급 대책, 실수요 충족하되 난개발은 안 된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개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성난 민심을 달래면서 표를 얻기 위한 처방을 저마다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보들의 공약이 부동산 규제를 풀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치중돼 있다. 공약에 큰 차별성도 없다. 모처럼 잡혀가는 집값 안정 기조를 흔들고 난개발을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3일 발표한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정부의 기존 계획보다 105만가구 더 많은 311만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서울 용산공원과 김포공항 주변, 지하철 1호선 지하화, 태릉·홍릉·창동 국공유지 등 신규택지에 28만가구, 재개발·재건축으로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6일 ‘서울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집권하면 임기 중 50만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경부·경원·경인선 철도 지하화와 철도차량기지 이전·개발로 택지를 조성해 10만가구, 용도지역·용적률 규제완화로 40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반값 아파트’, 윤 후보는 ‘원가 아파트’ 등 비슷한 이름을 붙여 인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2025년까지 서울에 추가 공급하기로 한 주택은 59만가구이다. 그런데 여야 대선 후보들은 각각 두 배 가까운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주택 공급량이 50만호 수준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용산공원이나 태릉 주변을 택지로 개발하는 문제는 난개발 우려 등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규제완화를 통한 재개발·재건축 확대도 마찬가지다. 철도 지하화 등은 임기 내 실현이 어렵다.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원활히 공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민들의 집 걱정을 더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하지만 대선 공약은 실현 가능해야 하며, 부지 확보 등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단기간에 주택 물량을 쏟아낼 경우 자칫 집값 폭락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집값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존한 서민층에 큰 부담을 준다. 또 수도권 주택 집중은 국토균형발전 취지와도 어긋난다. 물량 경쟁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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