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진자 폭증 속 거리 두기 완화, 방역체계 흔들려선 안 돼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11만명에 육박한 18일 서울 송파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권도현 기자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11만명에 육박한 18일 서울 송파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PCR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권도현 기자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18일, 정부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일부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오후 9시까지이던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된다. QR코드·안심콜 등 출입명부 사용은 중단하고 방역패스만 사용된다. 사적모임 최대 인원은 기존 6인이 유지된다. 이번 조정안은 19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3주간 적용된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영업손실에 따른 고통을 감안한 조치이지만, 방역체계는 전례 없는 시험대에 서게 됐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 이전에 거리 두기를 완화하는 일은 섣부르다고 경고해왔다. 질병관리청 예측모형에 따르면 영업시간 1시간 연장 시 확진자가 97%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 신규 확진자는 매주 ‘더블링’이 이어지면서 11만명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내주 20만명으로 정부 예상치를 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증병상 가동률이 29.4%로 의료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선 추가인력 확보 없이는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가 ‘현장은 이미 지옥’이라며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는 언제든 거리 두기를 다시 조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통상 거리 두기 조정 효과가 2주 뒤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바뀐 진단·치료체계의 한계도 노출되고 있다. 재택치료 중이던 70대 확진자가 주거지를 이탈해 찜질방에서 쓰러져 사망했는데, GPS로 추적하는 자가격리 앱이 폐지된 탓에 방역당국은 이를 뒤늦게 파악했다고 한다. 현행 방역지침상 인원제한이 없는 대통령선거운동까지 진행되면서 인파 군집에 따른 감염 위험도 제기된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결국 한 번은 거치고 가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 아니나 ‘거치고 가는’ 과정에서 약자들이 입을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체계는 물론 사회필수시설 운영에도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1122개 기관이 업무연속성계획(BCP) 수립을 마쳤다고 한다. 계획이 현장과 괴리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선 투·개표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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