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D-9, 윤·안 후보는 볼썽사나운 ‘단일화 공방’ 멈추라

대선 후보 단일화 결렬을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책임 떠넘기기가 볼썽사납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7일 오전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국민경선을 통한 단일화 제안에 대해) 아무 답을 받지 못했다. 립서비스”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양쪽 대리인들이 만나 진지한 단일화 협상을 이어왔는데, 오늘 아침 9시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윤 후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지만, 안 후보는 “협상 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 단일화 논의가 완전히 끝났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 하지만 더 이상 동력을 얻기는 어렵게 됐다고 본다.

윤 후보는 이날 0시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협상을 진행해 합의문을 도출했으며,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에서 결렬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 안 후보 측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전권을 갖고 협상에 나섰다고 했다. 윤 후보가 그간의 과정을 작심하고 공개한 걸 보면, 결렬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전해온 내용을 듣고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 진정성을 확인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다. 양측 입장을 들어보면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 길이 없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자신들만의 말잔치다.

협상이 무산 수순에 이른 것은 논의의 선후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단일화로 승리할 경우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 그 비전에 먼저 합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 없이 양측은 저열한 감정싸움으로 일관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제안을 해온 적이 있다”고 했고,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안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합당 및 서울 종로 보선 공천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이런 감정 대립은 국민의 피로감과 정치혐오만 키웠다. 윤·안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 문제로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될 것이다.

20대 대선이 아흐레 남았다. 후보들은 남은 기간이라도 네거티브 등 비생산적 공방을 자제하고, 정책·비전 경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투표를 망설이는 유권자들이 기꺼이 투표소에 나올 수 있도록 명분과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후보들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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