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정황, 진상 밝혀야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사건 기사를 들어 보이며 특검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사건 기사를 들어 보이며 특검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대검 중수부 검사(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고 언급한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1155억원을 불법 알선해준 조우형씨에 대한 대검 수사가 부실하게 처리됐고, 당시 박 변호사와 주임검사인 윤 후보가 개입한 정황이 제기된 것이다. ‘봐주기 수사’ 의혹에 선을 그었던 윤 후보의 TV토론 발언과 달라 대선을 눈앞에 두고 또 다른 대장동 뇌관이 터졌다.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가 보도한 음성파일을 보면, 김씨는 지난해 9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을 만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박영수의 영향력이) 통했지. (윤석열이) 그냥 봐줬지”라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김씨는 “솔직히 (검사들을) 다 아는데, ‘석열이 형, (조우형이) 내 동생이야’라고 어떻게 말하겠냐”며 조씨에게 박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했다. 그러곤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대검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 (질문)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했다. 김씨 발언은 또 다른 대장동 주범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한 진술과 맥락이 같다. 브로커 조씨는 당시 입건되지 않았고, 2015년 수원지검의 대장동 수사 때 구속됐다. 수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대장동 불법 대출이 빠진 구체적 정황이 나온 셈이다.

윤 후보는 그간 “(조우형을) 본 적도 없다”고 했고, “석열이 형”이라거나 “윤 후보와 싸운 적도 있다”고 한 김씨는 상갓집에서 눈인사 한두번 한 게 전부라고 해왔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 당사자의 음성이 나온 만큼 의혹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윤 후보는 앞뒤 설명 없이 “거짓말”이라고 자른 김씨 음성파일과 수사무마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

음성파일이 보도되기 수시간 전, 윤 후보는 언론노조를 두고 “민주당 정권 전위대”라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녹음파일에 대한 반론을 윤 후보 측에 요구하자 ‘물타기’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언론노조는 방송과 통신, 신문 등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PD·출판·기술직 등이 모인 노동조합이다. 음성파일을 전한 뉴스타파도,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을 처음 보도한 SBS도 모두 언론노조 소속이다. 자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매체에 ‘민주당 하수인’ 딱지를 붙이고, ‘메이저와 인터넷 매체’로 갈라치기하는 것은 편협한 언론관이다.

대장동 수사가 답보하면서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데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 녹취록·음성파일이 쏟아지는 사건의 전모를 조속히 밝혀야 한다. 여야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제기된 국민적 의혹은 대선 후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그 진위가 규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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