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령군’ 아니라는 인수위, 국정 밑그림 책임있게 그려내길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4일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라며 겸손·소통·책임을 인수위 운영 원칙으로 제시했다. 겸허하고 수평적인 자세로 인수 업무에 임하고, 국민의 뜻을 담아내는 소통구조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안 위원장이 밝힌 세 가지 원칙은 모든 공·사조직에 적용되지만, 5년 만에 이뤄지는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는 더욱 긴요한 금과옥조일 수 있다. 과거 위압적인 인수위 활동이나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구태는 없어지길 기대한다.

안 위원장은 “새 정부 앞에는 5가지 시대적 과제가 있다”며 공정·법치·민주주의 복원, 미래 먹거리·일자리 구축, 지역균형발전,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국민통합을 꼽았다. 또 국가적으로 부닥칠 지속 가능 문제로는 재정건전성과 연금개혁, 저출생·고령화, 탄소중립을 거론했다. 인수위가 내놓은 주요 국정과제는 대선 때 여야 후보들이 공약하고 TV토론에서도 다룬 바 있어 국민들도 그 얼개와 중요성은 알고 있다. 문제는 정권마다 공과가 엇갈렸듯이 새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고, 앞으로 국정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실현해내는지에 달려 있다. 5년간의 국정 기조와 로드맵을 짜는 그 막중한 일이 인수위 어깨에 얹혀 있다.

안 위원장은 현 정부 정책에 대해 “이어갈 과제와 수정·보완할 과제, 폐기할 과제를 잘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역대 정부에서 50% 정도였다”며 윤 당선인 공약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바람에 여러 정책 분야에서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인수위가 국정의 연속성을 인정하고 공약 수정에 열린 자세를 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 내 국민통합위원장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대선 선대위 ‘친윤 사단’을 인수위에도 속속 중용하고 있는 것이다. 쓴 사람을 또 쓰는 좁은 용인술과 논공행상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50일 남짓 운영될 인수위에 대한 평가는 국정과 정책을 설계하는 ‘깔때기’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로 판가름난다. 정부 조직개편과 국무위원 인사는 국회의 검증·통과 절차도 밟아야 한다.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닌 낮은 자세로 책임있게 국정의 밑그림을 그려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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