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집무실 이어 또다시 졸속으로 결정된 관저 이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대통령 관저로 결정한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모습. 문재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대통령 관저로 결정한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모습. 문재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달 10일 취임 후 거주할 관저가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결정됐다. 당초 관저로 사용하기로 했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너무 낡아서 변경했다고 한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경호나 보안 등 여러 문제, 공관을 짓는 시한과 비용 등을 고려해 새로운 공간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TF(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실무진의 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지난달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발표하면서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리모델링해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집무실 이전지를 원래 공약이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갑자기 국방부로 바꾸더니, 관저 이전 장소마저 취임을 불과 16일 앞두고 변경한 것이다. 졸속에 졸속을 거듭하는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관저는 사인(私人)이 생활하는 집이 아니다. 마땅히 집무실 이전을 결정할 때 관저 문제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옳다. 거의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노후화돼 들어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니, 일반 시민이 이사할 때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대통령 관저가 갑자기 바뀌면서 윤 당선인은 취임 후 상당기간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해야 할 상황이다. 시민의 교통 불편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달 중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만찬 장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니 할 말이 없다.

짚어야 할 대목은 또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윤 당선인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외교부 장관 공관을 다녀온 뒤 이곳을 관저로 쓰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당선인 측은 이를 부인하며 “(실무진이 결정한) 이후 그곳을 사용하게 될 분(김 여사)이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 설명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일은 지극히 공적인 일이다. 당선인 배우자라고는 해도 공직자가 아닌 김 여사가 공적 결정에 개입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김 여사는 대선 전 공개된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에서 ‘청와대에 들어가면 영빈관을 옮길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바도 있다.

집무실·관저 이전을 둘러싼 혼란은 모두 윤 당선인 측이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선인 측은 졸속과 불통으로 초래된 혼란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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