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본회의 대치, ‘합의정신’ 존중한 처리가 정도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단계적으로 분리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닷새 전 중재한 ‘검수완박’합의안을 국민의힘이 파기한 뒤 격화된 여야 대치가 본회의장으로 옮겨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갔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이 보장한 24시간 토론 후 법안 처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171석의 민주당은 정의당·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180석이 필요한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를 하거나 임시국회 회기를 쪼개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검수완박 충돌로 4월 국회가 경색되고 정권이양기 협치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본회의에 오른 민주당 수정안은 당초 검찰에서 떼어내기로 한 선거 범죄 직접수사권을 6·1 지방선거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는 연말까지 남겨두도록 했다. 또 경찰이 송치한 사건은 검찰이 여죄를 보완수사할 수 있고, 기소 검사와 분리되는 수사 검사가 재판엔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기소권 분리 조치가 ‘지방선거 방탄용’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검찰의 여죄 수사·피해자 구제·재판 효율성을 높이는 보완책을 강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부패·경제 범죄처럼 선거 범죄도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까지 검찰에 두고,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 시점을 명문화하자고 했으나 국민의힘이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새 법안은 이날 0시11분 물리적 충돌 끝에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 표결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 개최 결정 후 국민의힘에 “의총까지 추인한 합의안을 백지화하고 재논의도 거부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합의 처리 실패의 책임을 번복한 정당에 먼저 물은 것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6·1 지방선거에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부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국민투표법 14조(투표인명부 작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법 개정 전에는 국민투표를 할 수도 없고,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국가안위에 영향 미칠 중요 정책’으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에 가깝다. 국민의힘은 현실성 없이 정쟁만 키울 국민투표 발상을 중단해야 한다.

국회의 대립은 합의·타협과 표결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도 여야가 중지를 모았던 ‘합의안’을 중심으로 매듭짓는 게 맞다. 국회는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미진한 것은 향후 사법개혁특위에서 검찰·중수청·공수처·경찰의 협업·견제 틀을 구체화하고, 수사 중립성을 높이며, 수사 공백·혼란은 줄일 수 있는 세부 대책을 완성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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