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윤 대통령 사저 앞 집회, 우려스러운 시위문화 후퇴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사저 앞에서 대형 확성기를 사용한 시위가 지난 14일부터 이틀째 열렸다. 한 유튜브 방송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자택 앞 시위 중단을 요구하며 연 ‘맞불 집회’다. 바로 옆에선 보수 성향 단체가 반대집회를 열어 극심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대통령실 출근길에 시위 관련 질문을 받고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이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현직 대통령 자택 앞에서 보수·진보를 자처하는 진영 간에 맞대응식 집회가 열리고 있다니 안타깝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 양산 자택 앞 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다 법에 따라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 특유의 ‘법대로’ 인식이 반영된 것이지만, 경찰의 적극적 대응을 주저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민단체의 대통령실 주변 시위를 언급한 것도 적절하지 못했다. 참여연대 등은 대통령실 인근 시위를 금지한 경찰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일부 인용 결정으로 집회를 허용한 바 있다. 헌법의 집회·결사 자유 내에서 허용되는 시위를 욕설시위와 비교한 것은 논점 왜곡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문자폭탄은 양념’이라는 문 전 대통령의 2017년 발언이 욕설시위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념’ 발언이 부적절했다 해도 욕설시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여기에 맞서 진보를 자처하는 진영이 ‘양산 욕설시위’ 녹음 내용을 확성기를 통해 내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식의 맞대결은 언어적 폭력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수치다. 선거 때마다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긴 정치권부터 자성해야 한다. 다만 시위 양상이 어떠하든, 시위 자체를 법으로 막으려는 시도를 해선 곤란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집회금지구역에 전직 대통령 자택을 포함시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냈다. 여기에 맞서 국민의힘은 집회금지구역에 대통령실 인근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자 상대방만 탓하는 ‘내로남불’일 뿐 아니라,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까지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태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개인 삶의 평온’이라는 두 기본권은 사회적 타협과 합의 영역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타당하다. 정치권은 건전한 집회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각자의 지지층부터 설득하고 자제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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