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례없는 고물가에 초유의 빅스텝 대응, 기대 인플레 잡아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지난 4·5월에 이어 3회 연속 인상이다. 기준금리 연 2.25%는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5월 전망했던 성장률(2.7%)은 더 낮아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4.5%)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초유의 빅스텝과 3연속 인상은 최근 경기둔화 우려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잡는 게 더 시급하다고 본 결과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더 크고 길게 이어진다는 경고와 같다.

금통위는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에서 세 차례 ‘기대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억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1년 뒤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였다. 한 달 새 10여년 만에 최대 폭인 0.6%포인트가 뛰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약 24년 만에 최고치인 6%였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퍼지면, 실제 제품값과 임금이 뛰어 물가가 상승하고, 다시 기대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빅스텝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충분치 못할 수 있다. 원자재 수급 안정과 세제 조정, 취약계층 지원 등 정부의 정책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새 1.75%포인트 급등했다. 단순 계산한 결과이기는 해도 그동안 가계대출자의 이자부담은 연간 22조원 넘게 불어나고, 1인당 부담은 연평균 112만7000원 증가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가 연 2.75~3.0%에 도달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말쯤 기준금리 3% 시대를 맞는다면 1인당 연간 이자부담은 지난해 7월에 비해 161만원 급증하게 된다. 물가가 올라 실질소득이 쪼그라드는 판에 대출금리마저 급등하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 부실이 속출할 수 있다. 다중채무자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 부실은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안전판 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하반기 내내 경기둔화와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침체가 심해지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늘어난다.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져 집값 대세 하락을 예상할 수도 있다. 모든 경제주체의 고통분담이 필요한 시기이다. 경제는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경제 흐름을 불안심리가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주체들에게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복합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총력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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